
국내 환경운동가들이 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금지 청구 소송의 첫 재판 날짜가 11월로 잡혔다. 일본이 예고한 방류 시점까지 2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이라 송달 문제 탓에 빠른 재판 진행은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시민단체에서도 일본 내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 유엔해양법협약에 명시된 분쟁해결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제법적인 해결 노력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공동 대응에 나서는 전략을 짜야 현실적인 대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은 오는 11월 24일 부산의 환경운동가 16명이 일본 도쿄전력을 상대로 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금지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연다. 부산 환경운동가들은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지난 4월 부산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민법 217조를 근거로 들었다. 토지 소유자는 매연과 액체 등으로 이웃의 토지 사용을 방해하거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 법 조항이다. 원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민심 서은경 변호사는 “원자력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는 도쿄전력을 토지 소유자로 보고,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거주자를 대한민국에 있는 원고로 한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피고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소송 서류를 송달하는데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도 송달 때문에 기일이 여러 번 바뀌는 등 지연을 겪었다. 서 변호사는 “일본이 실질적인 오염수 방류 시점으로 예고한 2023년까지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내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국제행동’은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 도쿄전력과 일본 총리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10여명의 원고를 모집하고 소장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있다. 국제행동 관계자는 “일본 내 재판에 참여할 현지 변호사를 찾는 중인데 코로나19 등 여파로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의 제소에는 실질적인 소의 이익을 구하려는 취지도 있지만, 이를 계기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한 국제법 전문가는 “적용할 수 있는 모든 법조문을 뽑아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이 국내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지, 국내 법원의 집행력이 도쿄전력에 미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다만 이번 소송으로 주위를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짚었다.
정부도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 유엔해양법협약 상 분쟁해결절차를 검토 중이다. 앞서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중재재판에 회부돼 규정 위반 사실을 인정받았던 사례로는 필리핀과 중국 간의 남중국해 사건 등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4월 발행한 보고서에서 정민정 입법조사관은 “연안국의 일방적 행위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도록 강제분쟁해결절차의 관문이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인접국가와의 공동대응을 꾀하고 방류 결정의 결정적 근거가 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확한 기준을 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나온다. 이길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별적 대응보다는 중국, 러시아 등과 공동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IAEA의 기준에 부합했다는 게 일본의 방류 결정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며 “국제법상 사실심사제도로 IAEA가 객관적인 평가수단을 모두 확보해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오염수의 위해적 요소 여부를 검토했는지 등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박성영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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