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도쿄올림픽에선 각 종목 대표팀의 주역으로 올라선 Z세대 선수들의 실력만큼이나 실시간 SNS 소통과 스스럼없는 감정 표현에도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선수들은 대회 기간에도 거리낌 없이 팬들과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곤 한다. 과거 올림픽 스타들의 휴대전화나 SNS 사용을 반강제적으로 금지하거나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며 감정을 억눌렀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그땐 그랬지…인터뷰도, SNS도 금지했던 시절
과거 올림픽 무대에선 대표팀 선수들이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2004 아테네올림픽 당시 남자 마라톤 선수들은 레이스를 앞두고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통한 외부 연락은 물론 외출도 철저히 피했다. 현지 적응을 위해 훈련과 충분한 수면을 반복했었다.
SNS 사용이 빈번해진 2010년대 이후에도 대표팀 선수들의 이런 관습은 이어져 왔다. 2012 런던올림픽에 나선 사격 선수들은 대표팀 차원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령’이 내려졌다. 인터넷 검색이나 SNS 사용 등으로 집중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내려진 조치였다. 아예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선수들도 있었다. 일부 젊은 선수는 이런 조치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감독들의 불호령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다.

단체 종목인 축구 대표팀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신태용 감독은 브라질에 도착한 순간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선수들에게 SNS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SNS 사용으로 불필요한 논란이나 물의를 일으킬 경우 자칫하면 팀 전체 조직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가족·지인 등과의 유일한 연락수단인 휴대전화 사용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직전 런던올림픽 사령탑이었던 홍명보 감독도 같은 이유로 축구대표팀에 SNS 금지령을 내렸었다.
경기에만 집중할래…선수들, 자발적 반납도
우리나라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얼음판의 기적’을 써냈던 컬링대표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휴대전화를 반납한 사례가 유명하다. 당시 여자 대표팀 ‘팀 킴’ 선수들은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며 대회 기간 내내 휴대전화를 지도자들에게 맡겼다.

‘팀 킴’은 평창올림픽에서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따내고 각종 세리머니로 인기를 끌며 대한민국에 ‘컬링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런데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한 탓에 대회 기간 치솟은 컬링의 인기를 선수들이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장 김은정의 “영미~” 외침으로 유명세를 탔던 김영미는 결승전 직후 ‘최근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휴대전화를 반납해서) 자원봉사자와 관중이 호응해주시는 정도로만 안다”고 했고, 김은정은 “예선 첫 경기와 결승전의 관중 호응은 확실히 달랐다. 빨리 휴대전화를 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여자부보다 일찍 경기를 마쳤던 남자 컬링대표팀 선수들은 여자팀 선수들이 경기를 마칠 때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의리(?)를 과시하기도 했다.
팬들과 인사도, ‘성덕’ 인증도…SNS로 실시간 소통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대표팀 선수들은 적극적인 SNS 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뉴 마린보이’ 황선우(18)는 지난 27일 좋아하는 걸그룹 ‘있지’(ITZY) 예지의 응원 메시지에 감동해 ‘입틀막(입을 틀어막은)’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을 마친 뒤에는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즐기면서 행복하게 수영했어요”라고 감사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궁 대표팀 안산(20)은 대회 혼성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뒤 걸그룹 ‘마마무’와 ‘우주소녀’가 자신을 응원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며 SNS 글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에는 사진과 함께 “It was a good game. Thank you!”라고 소감을 남겼다.

탁구 대표팀 신유빈(17)은 평소 좋아했던 방탄소년단(BTS)의 뷔가 자신을 응원했다는 소식을 “7초 만에 알았다”며 “SNS에도 올리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경기가 있어서 참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SNS에 “덕분에 힘내서 재밌는 경기할 수 있었다. 조금 아쉽지만 끝난 경기는 훌훌 털어버리겠다”고 팬들에게 감사 글을 올렸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Z세대 선수들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을 하는 모습은 성적에 큰 부담을 가졌던 과거보다 대회 자체를 즐기는 문화의 확산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선수들은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주눅 들지 않는다. 자신의 도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실력 발휘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SNS로 소통하는데 익숙한 세대다. 선수들에게 ‘금지령’을 내리면 오히려 스트레스나 반감을 주는 원인으로 작용해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래서 지도자들도 바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절한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선수들의 소통 행위를 강제적으로 막지 않는 게 추세가 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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