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존재감 없지… 뒷전 밀려난 도쿄올림픽 마스코트들

Է:2021-07-30 16:50
:2021-07-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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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강국’이라는 수식이 무색하도록 일본의 도쿄올림픽 공식 마스코트들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름이 발음하기 어려워서라는 추측부터 코로나19 유행 탓에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경기라 운이 없는 것이라는 동정론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올림픽 마스코트들은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에서 마스코트는 일반적으로 브랜딩 캠페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미라와토와’와 ‘소메이티’는 그들이 만들어진 이유인 바로 그 행사에서 조용한 존재”라고 보도했다.

미라이토와(ミライトワ)와 소메이티(ソメイティ)는 각각 도쿄 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공식 마스코트다. 미라이토와는 초능력 로봇으로 일본어 ‘미라이(未來·미래)’와 ‘토와(永遠·영원)’를 합쳐 이름을 지었다. 벚꽃을 형상화한 소메이티의 이름은 ‘왕벚나무’의 일본어 발음 ‘소메이요시노’(そめいよしの)가 매우 강하다는 뜻의 영어 ‘so mighty’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제작자인 일러스트레이터 다니구치 료는 2018년 5월 언론 인터뷰에서 “(마스코트들이) 로고와 마찬가지로 올림픽의 얼굴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NYT는 전했다.

미라이토와와 소메이티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30일 오후 기준 각각 1만2900여명, 6400여명이었다. 둘을 합쳐 1만9300여명. 세계적 스포츠 행사의 마스코트치고는 인기가 너무 없다고 할 만한 수준이다.

미라이토와 공식 인스타그램

2019년 7월 22일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2년 동안 두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이 각각 74개, 48개인 것을 보면 올림픽 주최 측도 딱히 애정이 없어 보인다. 공식 선정 직후인 2018년 5월 주최 측은 마스코트들이 일본 관광산업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고 당시 교도통신은 전한 바 있다.

NYT는 “일본 마스코트 산업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팬들에 따르면 일본 대중조차 그들에 열광하지 않고 있다”며 “공통적 불만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주말에 딸과 함께 올림픽경기장에 산책을 나온 40대 현지 여성은 “올림픽에 관한 모든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스코트는 도중에 잊혀진 것 같다”며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됐고 그들의 존재는 이미 뒷전”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일본은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각자 홍보용 마스코트 캐릭터를 만들어 활용하는 데 뛰어난 나라로 유명하다. 이런 캐릭터를 ‘유루캬라(ゆるキャラ)’라고 부르는데,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를 뽑는 ‘유루캬라 그랑프리’가 매년 열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검은 곰을 캐릭터로 만든 구마모토현의 구마몬(くまモン)은 유루캬라 대중화의 대표 주자다.
구마몬 공식 인스타그램

NYT는 치열한 국내 마스코트 경쟁 환경을 도쿄올림픽 마스코트가 주목받기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신문은 “1972년 이후 모든 올림픽에 공식 마스코트가 있었지만 미라이토와와 소메이티는 북적이는 지역 경기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일본엔 이미 각 고장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천 개의 기발하고 서툰 창조물인 유류캬라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두 마스코트가 못생겼다거나 해서 외면을 받는 건 아니라는 평가다. 일본 마스코트를 연구한 시즈오카대학 정보학 교수 질리안 래 수터는 “그들이 디자인 측면에서 미움을 받지는 않는다”면서 “기능적인 역할은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들에 대한 열정이 별로 없는 듯하다는 게 수터 교수의 설명이다.

미라이토와와 소메이티는 전문가 심사와 국내외 일본 초등학생 투표를 거쳐 2008년 2월 최종 당선됐다. 전국 약 650만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기투표’에서 두 마스코트는 다른 두 결승 진출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약 11만표를 받았다. 도쿄에 거주하며 유루캬라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영국인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 칼리어는 미라이토와와 소메이티가 포켓몬 캐릭터와 닮은 외모를 연관시키는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 대회 시작 이후 미라이토와는 도쿄 일대 경기장에서 찍은 사진을 인스트그램에 올리고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꽃다발과 함께 미라이토와 미니어처를 받는다. 마스코트들이 가끔 TV에 출연한다. 그런데도 글로벌 무대에서의 인지도는 낮은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수터 교수는 “며칠 동안 올림픽에 관한 TV 보도를 봤는데 경기장 내부 스크린에서 두 마스코트를 본 건 한 번뿐”이라고 NYT에 말했다.

두 마스코트는 지난 23일 개막식에서도 주인공이 아니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두 마스코트가 좁은 방에 널브러져 TV를 보는 사진(아래)을 자신의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개막식에 나가고 싶었는데...”라고 적힌 이 게시물은 3만5000번 넘게 공유되고 17만600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도쿄올림픽 마스코트 관련 게시물 중 가장 큰 관심을 끈 게시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게시자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그 장면은 그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도록 연출됐다”고 말했다.


마스코트들의 외모가 못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리 경쟁력이 있지도 않다는 점이 ‘약한 존재감’의 이유라는 진단도 있다. 칼리어는 “미라이토와와 소메이티를 처음 봤을 때 서투르고 느릿한 경향이 있는 일본 마스코트들과 유루캬라로서 경쟁하기에는 너무 마르고 운동선수 같았다”며 “결국 그들을 좋아하게 됐지만 기억에 남을 만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코트들을 장식한 체크 무늬 로고가 올림픽 경기장 배경과 비슷해 묻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봤다.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저 ‘때’를 잘못 만났다는 평가도 있다. 관중이 거의 없는 팬데믹 기간에 올림픽 홍보대사로 나선 탓에 대중의 눈에 띌 기회가 현저히 적다는 얘기다. 칼리어는 “대부분의 사람이 캐릭터를 탓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운명에 대해 일종의 애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스코트들의 인지도를 볼 때 올림픽 공식 기념품 판매 수익에 높은 기여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년 전 도쿄올림픽 주최 측은 마스코트와 기타 올림픽 엠블럼을 포함한 라이선스로 약 140억엔(1470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마스코트 관련 상품을 비롯한 공식 도쿄올림픽 기념품 판매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도쿄의 한 올림픽 기념품가게에서 쇼핑 중이던 현지 남성은 자신과 10살 딸이 공식 마스코트에 흥미를 갖지 못했다며 “관련 상품을 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모들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마스코트들의 이름을 따라잡기 어려운데 이 둘(미라이토와와 쇼메이트)은 유독 기억하기 힘든 이름을 갖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고 NYT는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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