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에서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한인 사업가를 살해한 일당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와 권모씨에게 각각 징역 22년과 19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15년 9월 필리핀 앙헬레스시티에서 사업가 박모(당시 60세)씨의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애초 사건은 박씨가 2015년 9월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살해당하면서 시작됐다. 괴한은 박씨의 사무실을 찾아 “미스터 박이 누구냐?”고 물었고, 박씨가 자신이라고 대답하자 총탄을 발사했다.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사건 당시에는 범인을 찾지 못해 미궁으로 빠지는가 했지만,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2018년부터 재수사에 나서면서 김씨와 권씨가 배후로 밝혀졌다.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부터 박씨가 운영하는 호텔에 5억원을 투자했는데, 박씨가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자 원한을 품었다. 이 과정에 김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권씨에게 “킬러를 구해주면 호텔 운영권이나 5억원을 주겠다”고 의뢰했고, 권씨는 필리핀인 A씨에게 살인청부업자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착수금 명목으로 100만 페소(약 2500만원)를 건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급심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김씨에게 징역 22년을, 권씨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18년, 12년보다 높았다. 재판부는 “김씨는 장기간 박씨에 대한 살해를 계획했고 거액의 대금으로 적발되기 어려운 킬러를 고용해 사건의 실체를 미궁에 빠질 수 있게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권씨에 대해서는 “아무런 인간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경제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범행에 나아갔다”고 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교사죄의 성립, 자백의 보강법칙,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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