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내게 에투알의 의미는 간절함과 인내심”

Է:2021-07-19 17:36
:2021-07-1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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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기자회견… “발레단 커리어는 정점 찍었지만 이제부터 시작…추고 싶은 작품 많아”

박세은이 19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귀국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에투알클래식 제공

“지난 10년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춤을 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게 ‘에투알’의 의미는 간절함과 인내심입니다.”

동양인 최초로 ‘발레의 종가’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étoile·수석무용수)이 된 박세은이 금의환향했다. 시즌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박세은이 19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내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0년간의 성장과 노력을 인정받아 기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박세은의 경우 한국에 사는 부모를 방문했기 때문에 7월 1일부터 시행한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 입국 관리체계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15일 귀국 후 PCR테스트에서 음성을 받은 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면제받아 기자회견을 열 수 있었다.

박세은은 지난달 10일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 개막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막공연 직후 에투알로 지명됐다. 1669년 설립된 파리오페라발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최정상의 발레단이다. 150여 명의 정단원은 5단계로 구분되는데, 카드리유(군무)-코리페(군무 리더)-쉬제(솔리스트)-프리미에 당쇠즈(제1무용수)-에투알(수석무용수) 순이다. 주역급인 프리미에까지는 승급 시험을 통해 선발되지만 에투알은 예술감독과 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지명된다. 에투왈은 ‘별’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파리오페발레에서 수석무용수가 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엄격한 심사제도에 따른 서열주의와 프랑스 출신 파리오페라발레학교 졸업한 무용수 중심의 순혈주의로 유명한 파리오페라발레에서 박세은은 2011년 준단원 입단 이후 10년 만에 ‘별’이 됐다.

박세은은 “프랑스에서는 아시아 출신 첫 에투알이라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라면서도 “시대가 바뀌면서 파리오페라발레도 바뀐 것 같다. 내가 예전 시대에 춤을 췄다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투알은 실력만이 아니라 예술감독이 누구인지 등 제반 타이밍이 중요한데, 나는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박세은이 19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귀국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에투알 승급 이후 그가 체감한 변화는 우선 발레단에서 에투알에게만 주어지는 개인 탈의실은 물론 전담 어시스턴트(도우미)가 생긴 것이다. 또한 오렐리 뒤퐁 예술감독과의 면담에서 다음 시즌 레퍼토리와 관련해 희망하는 작품, 파트너, 안무가 등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이다. 그는 “에투알 승급 이후 한 달이 좀 지났는데, 솔직히 고조된 감정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2021~2022시즌을 시작하는 ‘데피레’에 왕관을 쓰고 나가면 좀 실감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데피레(Defile du ballet)‘는 파리오페라발레가 시즌 개막을 알리는 공연이다. 단원 150여 명과 파리오페라발레학교 학생 130여 명이 전원 행진하는 독특한 공연으로 여성 에투알은 왕관을 쓴다. 박세은은 9월 24일 데피레에 이어 새로운 에투알을 소개하는 성격의 갈라 공연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준단원으로 입단해 에투알이 되기까지 박세은이 늘 순탄했던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입단 직후 언어 문제와 함께 몸에 익힌 러시아 바가노바 스타일을 파리오페라발레 스타일로 바꾸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입단 직후 저에 대해 감정 표현이 없고 기술만 뛰어나다는 평가와 프랑스인들을 제치고 큰 무용수가 될 거라는 평가가 공존했다”면서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가노바 스타일로 배웠기 때문에 동작과 스텝 등 바닥부터 프랑스 스타일로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프랑스가 워낙 자국 발레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보니 테크닉이 뛰어나다는 것을 흠으로 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내 노력을 인정해 줬다”고 피력했다.

박세은은 겸손해 했지만 사실 그는 에투알이 되기 전부터 파리오페라발레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쉬제 시절에 ‘백조의 호수’ 주역으로 캐스팅 되는가 하면 발레단 대표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가서 ‘라바야데르’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 프리미에 시절에도 에투알만큼 비중있는 역할로 자주 캐스팅 된 그는 2018년 발레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발레단에서 쉬제 시절부터 주역 기회를 줬지만 내 자신은 스스로의 춤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춤을 췄다”면서 “제 춤에 대한 의심이 없어진 것은 프리미에가 됐을 때부터다. 그때부터 마음껏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나를 더 좋아해줬다”고 답했다.

발레단에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지만 박세은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아직 추고 싶은 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들을 향해 “요즘 후배들은 실력 면에서 다들 뛰어나다. 다만 예술은 자기와의 싸움인 만큼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에서 박세은의 무대을 빠르면 내년 여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박세은의 한국 소속사인 에투알클래식 측은 “박세은을 중심으로 파리오페라발레 갈라 공연을 제작하기 위해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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