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명문 흑인대학에는 기부금이 쇄도하는 가운데 적잖은 흑인대학이 입학생 감소와 자금난으로 폐교 위기에 놓여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흑인대학, 마침내 조명 받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흑인대학(HBCU)에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전 아내이자 자선가인 매킨지 스콧만 해도 지난해 20곳 넘는 흑인대학에 5억 달러(약 5740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와 구글, 틱톡은 1억8000만 달러를 내놨다. 국회의원들도 45개 교육기관에 16억 달러 규모의 부채 탕감을 포함해 50억 달러 넘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구제자금을 지원했다.
흑인대학의 유명인사 채용도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의 하워드대학은 마블코믹스 만화 ‘블랙팬서’의 작가이기도 한 저술가 타네히시 코츠, 탐사보도기자 니콜 한나 존스, 배우 필리샤 라샤드를 교수로 영입했다.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의 베이토나 쿡맨 대학은 프로농구팀 시카고불스의 가드 출신 레지 씨어스를 육상부 감독으로 채용했다.
NYT는 “이런 기부와 채용, 정부 지원은 다른 교육기관이 공공연하게 혹은 교묘하게 흑인 교육을 거부하던 시절 그들을 가르친 미국 내 흑인대학들의 중요성에 대한 갑작스러운 인정과 뒤늦은 깨달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클라크 애틀랜타 대학의 조지 T 프렌치 주니어 총장은 “우리는 1865년부터 이곳에 있었다”며 “나에게 접촉해온 기부자들의 이름을 이제야 밝힐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프렌치 주니어 총장에게 연락해온 기부자들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 같은 일들에 충격을 받았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우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부분 흑인대학은 노예제도에서 해방된 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19세기에 설립됐다. NYT는 “(당시) 일부 학생은 말 그대로 그들의 학교를 지어야 했다”며 “앨라매바주 터스키기 대학에서 그들은 진흙을 파내고 벽돌을 구워 캠퍼스를 세웠다”고 부연했다.
이들 학교는 그동안 많은 의사, 교사, 판사를 배출하면서 학문과 지성주의의 중심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권운동가 마킨 루서 킹 목사,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이상 모어하우스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하워드대) 등이 흑인대학에서 학사 과정을 밟았다.
다만 잘 알려진 학교를 제외하면 적잖은 흑인대학이 ‘미래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재정난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시골에 있는 작은 대학으로 폐교 위기에 놓인 경우가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 20년 동안만 해도 최소 6곳의 흑인대학이 문을 닫았다. 팬데믹 이전에도 흑인대학 입학생은 연간 1.4%씩 줄어 2001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NYT는 “흑인대학들은 주 정부가 백인대학에 더 후한 태도를 보이면서 자금 부족에 직면했다”며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이들 학교를 백인 교육기관과 합병하거나 폐쇄하자고 제안해왔다”고 전했다. 이들 의원은 흑인대학의 낮은 졸업률을 자주 지적한다고 NYT는 덧붙였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안드레 M 페리 선임 연구원은 “그들(흑인대학)의 문제는 백인이 많은 소규모 사립대학이 직면한 문제와 다르지 않다”며 “HBCU에 대해서는 ‘학교가 폐쇄해야 하는 상황인지’와 ‘사람들이 그 학교들을 폐쇄하고 싶어하는지’를 구분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