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남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1심 선고 직전 피해아동 측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성문엔 “CCTV상의 내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는 지난해 8월 뇌병변장애 2급을 앓아 말을 못하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B군을 약 한 달에 걸쳐 수십대를 때리는 등 상습적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남 사천 어린이집 전 교사 A씨의 반성문을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19일 보도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0일 B군이 징징거리는 소리를 계속 낸다는 이유로 손으로 약 6회 다리 부위를 밀치는 등 12회에 걸쳐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를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8월 18일 B군이 음식 먹기를 거부하자 양 손바닥으로 얼굴과 어깨, 뒷목 등을 때린 혐의를 받는다. 또 19일에는 B군의 의자 착석을 유도하기 위해 머리를 18회 때리고 왼팔 등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A씨는 B군이 낮잠을 안 잔다는 이유로 등과 다리를 때리고 21일에는 주먹과 컵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법원은 지난 13일 A씨에게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선고에 앞서 해당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관할 지방자치단체 사천시청은 A씨에게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쳐 논란이 일었다.
당시 사천시청 측은 “(A씨의 학대 행위가) 살인이나 유괴 등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놨다. A씨는 선고 4일 전 변호사를 통해 반성문을 제출했다. 반성문에서 A씨는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 찾아뵙고 사죄를 드리고 싶었다”며 “정말 죄송하다. 아동을 지도하는 교사로서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적었다.
A씨는 “아이들을 맡게 되면 1년 동안 내 자식이 된다. 발전해도, 퇴보해도 모두 교사의 책임”이라며 “작은 상처 하나에도 모두 담임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조심하고, (보통) 어린이집에서 다쳐 집에 갔다고 하면 죄송하다고 사죄 후 차후 더 잘 살피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A씨는 “CCTV상의 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신경안정제약을 먹으면서 며칠을 돌이켜보니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온 어머님의 눈에 담임교사의 무표정한 얼굴과 투박한 말투가 오해들을 만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어머님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고 들어드리려 애를 썼다. B군이 먹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 음식을 거부했으나 저혈당으로 쓰러질까 걱정이 많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저 또한 쉴 새 없이 말을 해야 하는 긴장의 나날 속에 실내온도는 29도를 오르내리고 전날 위내시경을 받아 열이 났다”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 잠시 이성을 잃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A씨는 “저로 인해 상처받은 B군에게 제일 미안하고 어머님께도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이미 시청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지역에서도 생활하기 힘들어 이사한 뒤 다른 업종으로 취직했다”고 밝혔다.
“보육현장에 다시 서기가 두려워 다른 업종을 선택했고 제 잘못을 상쇄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사죄드리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 A씨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B군이 잘 성장하기를 기도하면서 살겠다”고 했다.
반성문을 본 B군 어머니는 “사과문이라고 처음 온 건데 (감형을 위한) 재판부 제출용인지 변명만 가득하고 조금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자기 학대 장면을 보고 자기가 충격을 받아서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B군 어머니는 “가해자인 본인이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적어놓고 심지어 벌써 취업도 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며 “저는 엄벌탄원서를 500개도 넘게 제출하고 합의나 용서를 해준 적이 없는데 왜 판사가 이렇게 쉽게 용서를 해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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