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열릴 패럴림픽과 올림픽에 나란히 출전하는 동갑내기 연인의 사연이 미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장애인 남자 육상 올림픽 메달리스트 헌터 우드홀과 여자 육상 신성 타라 데이비스가 주인공이다.
우드홀은 패럴림픽 남자 100m와 400m, 데이비스는 올림픽 여자 멀리뛰기에 출전한다. 미 매체 인사이더는 둘과의 인터뷰를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고교 시절 육상 트랙에서였다. 각각 유타주와 캘리포니아주 소재 고교 학생 선수였던 우드홀과 데이비스는 아이다호의 경기장에서 만난 당시부터 서로에게 끌렸다. 마침 자신의 생일날이던 경기 당일 우드홀이 경주를 마치자 데이비스가 달려가 그를 안아줬다. 데이비스는 “왜인지는 모르게 그랬던 게 기억난다”며 웃었다.
한동안 SNS로 소식을 주고받던 둘은 장거리 교제를 시작했다. 빽빽한 훈련 일정 사이마다 서로를 챙기며 사랑을 키워갔다. 우드홀이 아칸소대, 데이비스가 조지아대로 진학한 뒤에도 연애는 계속됐다. 데이비스가 2018년 아칸소 인근인 텍사스대로 옮기고서는 교제가 한결 수월해졌다.
둘 다 선수인 탓에 서로가 바쁜 훈련과 시합 일정마다 근근이 페이스북으로 안부를 챙겼다. 같은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를 때면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두 사람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는 대로 동거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리우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우드홀과 달리 데이비스는 이번이 올림픽 첫 출전이다. 그는 지난달 미 오리건주에서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 23피트(7.0104)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가 대표 선발을 확정 지은 뒤 가장 먼저 달려가 안긴 건 트랙 옆에서 기다리던 남자친구 우드홀이었다.
우드홀은 앞서 열린 선발전에서 400ｍ 달리기 우승을, 100ｍ에서는 앞서 2등을 차지했다. 그는 데이비스가 당연히 출전권을 따낼 거라 여겼다며 “리우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날 응원했듯이 나도 여자친구를 응원해줄 것”이라고 기뻐했다.
다만 둘은 서로의 경기를 직접 볼 수는 없다. 대회 주최 측의 코로나19 방역지침 때문이다. 우드홀은 “함께 도쿄를 구경할 생각에 기뻤지만 그럴 수 없게 돼 슬프다”면서도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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