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변 먹이고 엽기 고문… 미스터리 7년 인천 사건

Է:2021-07-15 10:19
:2021-07-1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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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A씨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빼곡히 적은 깜지(왼쪽)와 30분마다 벽시계와 함께 자신의 얼굴을 찍어 보낸 사진들. A씨 측 제공

20대 청년이 직장 동료 부부에게 7년간 감금돼 가혹행위를 당하는 등 학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은 정신 질환이 없는 성인 남성이기 때문에 감금이 아니라 자발적인 동거였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심리적 지배 상태인 가스라이팅 범죄는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인천의 한 경찰서는 A씨 감금 및 폭행 사건을 수사한 뒤 지난 2월 불기소 의견을 달아 인천지검에 송치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직접 증거가 없고 협박 등 혐의 일부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다.

취재를 종합하면 A씨 측이 주장하는 학대 피해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이어졌다. A씨가 사생활 문제로 약점을 잡히자 B씨 부부가 “모두 네가 잘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며 집으로 들어와 살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가스라이팅은 친밀한 사이에서 죄책감을 자극하며 점차 정신적으로 종속시키는 것”이라며 “죄책감을 크게 느낄수록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A씨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빼곡히 적은 깜지들. A씨 측 제공

A씨 측은 “이들 부부가 집안일을 시키고 하지 않으면 가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사진을 보면 ‘오늘 해야 할 집안일’ 목록이 A4용지에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B씨 부부가 일명 ‘깜지’ 방식으로 글을 적게 했다는 것이다.

눈 부근 봉합수술, 고환 파열 치료 등 A씨가 상해 치료를 받은 내역은 7년간 최소 6회다. 엽기적인 고문도 자행됐다고 한다. A씨 측은 “욕조에 눕힌 뒤 물고문을 하고,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마시게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폭행에 의한 상해인지, 운동하다 입은 상해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A씨가 30분마다 벽시계와 함께 자신의 얼굴을 찍어 보낸 사진들. A씨 측 제공

인지 능력에 문제가 없는 성인 남성이지만, 반항하지 못했던 이유는 정신적 지배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A씨의 휴대전화에는 30분 단위로 벽시계와 A씨 얼굴이 함께 나오도록 촬영한 사진이 수백 장 담겨 있었다. A씨가 혼자 집에 남아 있을 때 이 같은 사진을 보내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사진을 빨리 보내라고 종용하는 메신저 대화 내용도 다수 발견됐다. A씨는 이들이 자신을 감시 상태에 두고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가스라이팅 피해는 비교적 흔하지만 성인 남성이 7년 동안 피해를 입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며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면서 길들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B씨가 A씨에게 보낸 카톡 내용. "고생했고 힘들었던 시간을 갚겠다"고 적혀있다. A씨 측 제공

B씨 부부는 A씨가 탈출한 지난해 2월 사과하며 합의를 요구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고통 받은 것 모두 보상을 해주겠다.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는 “함께 살면서 잘해주지 못 한 게 많아서 한 말”이라며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사실상 자백이라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A씨의 주장을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신 질환이 없고 정상적으로 회사 생활을 하던 20대 남성이기 때문에 원하면 언제든 탈출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가스라이팅 피해 치료 경험이 있는 정신과 전문의들 역시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심리적 지배 상태를 직접 증거로 입증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가스라이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A씨가 탈출 직후 정신분열병의 전구증상인 과각성 장애 판정을 받은 만큼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전문의는 “심리 상담을 해보면 강요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의였다면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확인 결과 A씨는 심리 상담을 통해 재경험(과거의 부정적 경험을 다시 떠올려 경험하는 일)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은 바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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