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조사로 일본이 ‘군함도’(하시마섬·端島) 등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 노역의 역사를 사실상 재차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노역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세계유산위는 “강한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은 오는 16일부터 화상으로 열리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을 공개했다.
결정문은 세계유산을 지정한 후 당사국이 세계유산위 결정을 잘 이행했는지 점검하고 결정문을 내기로 한 규정에 따라 작성, 공개된다.
결정문은 “당사국(일본)이 관련 결정을 아직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한다(strongly regrets)”고 확고한 표현을 사용해 일본을 비판했다. 일본이 2018년 6월 세계유산위원회가 채택한 결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정문은 또 일본이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노역 역사를 또 왜곡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한국인 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과 일본 정부의 징용 정책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자행했던 역사의 어두운 면도 전부 알리라는 의미다.
세계유산위는 또 인포메이션 센터 설립처럼 당시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는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이 지난달 7∼9일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실사 보고서도 게재됐다.
이는 호주, 벨기에, 독일의 세계유산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조사단 3명이 지난달 일본 현지 시설 방문 및 온라인 시찰 등을 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다. 보고서 역시 일본이 한국인 등이 강제로 노역한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특히 1940년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노역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개관한 정보센터 내의 군함도 등 자료만으로는 한국인 등의 강제 노역 사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도쿄에 있는 정보센터가 실제 산업유산이 있는 곳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한국인 강제노역자들이 희생자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데다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적절한 전시나 조치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 유사한 역사를 지닌 독일 등 국제 모범사례와 비교해 볼 때 미흡한 부분이 많아 한국 등 당사국들과의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세계유산위 결정문에 대해 “국제기구 문안에 ‘strongly regrets’란 문구가 들어가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강한 표현이다. 일본이 충실히 약속을 지켰다는 주장이 맞지 않는다는 걸 국제사회가 명시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군함도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이 당국자는 “지정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는 유산의 본질적인 특성이 완전히 훼손됐을 때로 국한돼 있다”고 설명하며 “유네스코에 문의한바 이번 사례는 본질 훼손에 해당하지 않으며, 취소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노유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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