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미국을 향해 코로나19 백신 등 인도적 지원을 구실로 내정 간섭을 하려 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대북 지원의 절차 및 과정 등을 빌미로 인권 문제를 건드리면 당장 필요한 백신이더라도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홈페이지에 강현철 국제경제·기술교류촉진협회 상급연구사 명의의 글을 싣고 코로나19 팬데믹과 이로 인한 전 세계적 경제난을 언급하면서 “인류의 이러한 불행과 고통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려는 데 악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사는 그러면서 미국을 겨냥해 “미국의 인도주의 지원이란 다른 나라들을 정치·경제적으로 예속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인도주의 지원은 그 어떤 경우에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외우곤 하는 인권 문제는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을 실현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며 미국이 경제적 지원을 중단·취소했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캄보디아 등을 근거로 제시, “많은 나라는 미국의 ‘원조’와 ‘인도주의 지원’에 많은 기대를 걸다가 쓰디쓴 맛을 봤다”고 설명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개인 명의의 글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면서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응해 남북한 주민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한,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당초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로부터 백신 199만2000회분을 배정받아 5월까지 170만4000회분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국제요원 입국을 거부하고 저온 유통체계인 콜드체인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국제사회의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공급과 관련한 절차가 북한 인권문제를 여론화하고 내정 간섭의 빌미가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의 기반시설과 콜드체인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보관과 유통이 까다로운 화이자, 모더나를 미국으로부터 공급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북한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코백스에 다른 백신 지원 가능성을 타진했고, 중국산 백신은 불신해 도입을 주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봉쇄가 유일한 방역체계인 만큼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봉쇄 조치가 더욱 길어질 것이란 관측과 함께 그럼에도 순수한 목적의 인도적 지원이라면 미국과 백신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