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안 맞은 학생들은 계속 마스크 써야
‘델타 변이’ 확산 상황에 “성급한 조치” 우려
트럼프 지지지역은 여전히 낮은 백신 접종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새 학기가 시작되는 가을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다 맞은 학생들에 한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한 새 지침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CNN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DC의 학교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설익은 정책처럼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보건 전문가들과 일부 학부모들은 ‘델타 변이’가 확산되는 데다 미국 남부지역 등에선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황을 지목하면서 “이번 조치가 성급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코로나19가 감염됐을 경우에 대한 의학적 분석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섣부른 정책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반발도 거세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CDC의 새 지침과 상관없이 캘리포니아주에선 교사와 학생이 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학교 건물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계속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새 지침, 12∼18세 학생 백신 접종 확대 유인책
CDC가 9일 발표한 새로운 지침의 핵심 내용은 새로운 학년도가 시작될 가을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학생들에 한해 학교 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선택권을 주는 내용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CDC는 “안전한 대면수업으로의 복귀가 올해 가을의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CDC는 그러나 백신을 맞지 않은 학생은 계속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했다. CDC는 또 각 학교가 코로나19 안전조치들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차례로 하나씩 단계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으며, 지역사회의 백신 접종률과 코로나19 확산 비율 등을 면밀히 주시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에서는 12세 이상 어린이·청소년들은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들 연령대를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에 대해서만 긴급사용을 승인한 상태다. 이번 조치로 화이자 백신을 두 차례 모두 맞아 접종을 완료한 미국의 12∼18세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된 것이다.
AP통신은 “이번 지침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전체적으로 줄고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들이 백신을 접종받도록 하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평가는 엇갈린다. WP는 “12세 이상 학생과 학부모들이 오랫동안 기다린 팬데믹 규제조치 완화”라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최근 텍사스 남부의 한 교회가 청소년 대상으로 운영했던 여름캠프에서 성인과 학생들을 포함해 최소 12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CNN은 보도했다.
정치 문제가 된 접종…트럼프 지지 지역, 백신 접종률 낮아
미국 내에서 코로나19로 60만 6000여명이 사망했으나 18세 이하 사망자 수는 391명(0.0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CDC 자료를 인용해 CNN은 보도했다. 이 자료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지만, 18세 이하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수가 크게 낮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하지만 피터 호테즈 베일러 의과대학 국립열대의학대학원 원장은 “우리는 어린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특히 성장하는 뇌에 미치는 영향에 신경학적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낮은 백신 접종률은 화약고다. 메건 래니 브라운대 교수는 CDC의 새로운 지침에 대해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학생들이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 그리고 (백신을 맞은 정교사가 아닌) 보조교사들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CNN에 말했다.
특히 백신 접종은 미국에서 이미 정치적 문제가 됐다. CNN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지도를 분석하면, 2020년 대선 결과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동북부와 서부 지역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표를 던졌던 남부와 중부 지역에선 백신 접종률이 현격하게 낮다는 것이다.
CNN은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 주민들의 백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접종 확대에 목을 매도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인 셈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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