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할꺼지? 신고해봐”…‘軍 성추행 사망’ 협박·회유가 사지 내몰았다

Է:2021-07-09 10:18
:2021-07-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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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중간수사결과 발표
‘윗선’ 공군 법무실장은 조사도 안해
국방차관 “고인과 유족께 사과”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9일 오전 국방부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이모 중사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것은 수차례 거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뤄진 성추행과 피해사실 보고에도 보호는 커녕 회유와 협박으로 일관한 2차 가해였음이 군 수사결과 확인됐다. 이 중사가 피해 직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수사와 피해자 보호, 보고 등 전 과정에 걸쳐 군의 대응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한 달 넘는 수사 기간 ‘초동수사 부실’의 윗선으로 지목된 공군 법무실 등 핵심 관계자들은 여전히 ‘내사’ 단계에 머무르는 등 군 수사의 한계도 드러냈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9일 발표한 중간수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저녁회식 후 부대로 돌아오던 차 안에서 이 중사는 강제적이고 반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부대복귀 후에는 가해자 장모 중사가 이 중사를 쫓아가 “너 신고할꺼지? 신고해봐”라고 위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틀 뒤인 4일에도 장 중사는 “하루종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는 문자를 보내 이 중사를 협박했다. 장 중사가 군인등강제추행치상 혐의뿐 아니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 등)으로 기소된 이유다.

이 중사는 사건 당일 밤 가깝게 지낸 김모 중사에게 전화해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토로했고, 이튿날 오전 10시쯤에는 전날 회식을 주도했던 노모 상사에게 강제추행 피해를 호소했다. 노 상사는 그러나 5인 이상 회식을 주도한 자신이 방역지침 위반으로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해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없겠냐”며 신고하지 못하도록 회유하고 협박했다.

이 중사는 소속반 상관인 노 준위에게도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했지만, 노 준위는 오히려 이 중사에게 “다른 사람 처벌도 불가피하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 피해가 간다. 너도 다칠 수 있다”며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까지 했다. 노 상사는 3월 22일에도 이 중사의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에게 장 중사에 대한 합의와 선처를 종용하는 등 노 준위와 노 상사가 지속해서 2차 가해를 했다.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 직후부터 2차 가해를 호소했음에도 두 달간 제대로 된 분리 없이 사실상 방치됐고, 전속 신고를 하기 전부터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이 간부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다. 특히 15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중령)은 이 중사 전속 전인 5월 14일 대대 주간회의에서 중대장(대위)과 준·부사관들이 듣는 가운데 “새로 오는 피해자가 불미스러운 사고로 전입을 오니,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마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대장도 준·부사관들을 모아놓고 “이번에 전입해 오는 피해자에 성 관련된 일로 추측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중사는 5월 18일 전속 후 불과 사흘 만인 같은 달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성추행 피해를 입은 것도 모자라 ‘성추행 피해자’라는 주홍글씨로 인한 2차 피해가 가져다준 심리적 고통이 이 중사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 검찰단은 현재까지 관련자 22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1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미 보직해임된 6명 외에 이 중사 원소속 부대이자 성추행 및 2차 가해가 발생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장 등 9명을 보직해임 의뢰하기로 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누락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대령)과 늑장 보고를 한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 등 16명은 과실이 중대하다고 판단돼 형사 처분과 별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특히 이 중사 사망 발견 당일인 5월 22일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에게 정상 보고했지만, 국방부 조사본부에는 강제추행 사실을 누락시키고 ‘단순 변사사건’으로 허위보고한 혐의로 군사경찰단장과 중앙수사대장 등 2명이 재판에 넘겨져 이들에 대해선 중징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국방부 발표 내용은 중간 수사결과이긴 하지만, 군검찰 수사의 한계도 확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초동수사의 ‘윗선’으로 지목된 공군본부 법무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한 발짝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법무실 관계자는 모두 ‘피내사자’ 신분이다.

검찰단은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지난달 16일 실시했으나 이날 현재까지 24일째 한 차례 소환도, 휴대전화 포렌식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사건 초기 20비행단 군검찰 수사 과정에서 상부 조직인 공군검찰이 당시 어떤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등 핵심 내용은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이날 오전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감내하기 힘든 고통으로 군인으로서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고인과 유족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삼가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광혁 국방부 검찰단장은 “향후 남은 추가 의혹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기소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될 수 있도록 비위사실을 확인해 보직해임·징계 등 절차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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