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거리 사람들은 밝아 보인다, 나는 그럴 수 없으니 늘 상상만 하던 그곳으로’.
강원도 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지난달 27일 숨진 채 발견된 A군이 사망 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추가로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은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A군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리적인 폭행이 수반된 학교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인 괴롭힘 역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학교 측은 A군에 대한 괴롭힘 증언들을 여러 건 확보했고, 이 중 다수가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폭력 상황이 벌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학교 측은 A군 사망 후 A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렸는지 등을 확인하는 설문지를 전교생에게 배포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A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악의적인 소문에 휩싸이면서 교우관계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소문 탓에 일부 학생들이 A군을 아는 척하지 않거나 피하는 등 따돌림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A군의 학교 생활에 문제가 생긴 건 같은 학교 학생이 SNS에 A군을 음해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게시물이 삽시간에 사실처럼 번지면서 A군이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앞서 A군이 작성한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소문은 그대로 굳어질 것 같다. 도와줘’라는 쪽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유족 측은 “피해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어도 정신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정황이 많다”며 “집단 따돌림, 사이버 학교폭력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정황을 인지하고도 학교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족 측은 “아이가 상당 기간 괴로워했고, 사망 2주 전 자해를 하는 등 극단적 선택 위험이 크다는 점을 학교 측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를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A군이 자해했다는 사실을 한 학생이 발견하고 학교 측에 알렸으나 학교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A군의 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따돌림이 발생하면 더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실제로 국민일보가 새롭게 입수한 A군의 마지막 메모에는 죽음을 암시하는 단어와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문장이 담겨있었다. 아이가 오랜 시간 죽음을 고민했다는 의미다.
사건은 앞서 A군 유족이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당시 유족 측이 공개한 쪽지에는 ‘내가 괜찮은 척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하늘만 보면 눈물만 나온다’ ‘나 진짜로 죽고 싶어. 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고 쓰여 있다.
강원도교육청과 학교 측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