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3호선 열차 안에서 여성이 쓰러졌는데도 남성 승객들이 ‘성추행 누명’을 쓸까 봐 구조하지 않고 외면했다는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됐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여성 승객이 쓰러진 사실을 119에 최초 신고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 A씨는 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3일 제 앞에 서 있던 20대 여성분이 제 위로 쓰러졌다. 순간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그분 주위로 몰려왔다”며 “여성 한 분과 남성 두 명이 그분을 들어서 압구정역에서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딱히 핫팬츠도 아니었고 장화도 신고 있어서 성추행이니 뭐니 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며 “쓰러진 여성이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있어 남성 승객들이 돕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 측이 밝힌 사건의 전말도 A씨의 글과 같았다. 공사 측은 “3일 오후 5시50분쯤 3호선 객차 내에서 여성 승객이 쓰러졌고, 이어 성별이 명확히 식별되지 않은 승객이 객차 내 인터폰으로 승무원에게 신고했다”며 “열차가 압구정역에 들어와 멈춘 뒤 신고를 받고 대기하던 역무원이 쓰러진 여성을 승강장으로 옮겨 구호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역무원에게서 ‘자신을 의사라고 알린 남성이 여성을 도왔다’고 들었다”며 “CCTV를 확인한 역무원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쓰러진 여성을 돕는 분위기였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이 정신을 차린 여성에게 병원에서 치료받겠느냐고 물었지만 여성이 ‘괜찮다’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귀가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고 한다.
문제의 글은 지난 3일 보배드림 게시판에 게재됐다. 작성자는 “지하철 열차 내에서 여성이 쓰러졌는데 짧은 반바지에 장화를 신어 신체 노출이 조금 있었다”며 “이 때문에 해당 칸에 있던 어떤 남성들도 그 여성을 부축하거나 도울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 적었다.
해당 글만을 근거로 5일 여러 매체에서 이른바 ‘3호선 핫팬츠녀’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포털사이트에서 종일 높은 관심을 끌었다. 사건은 성별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온라인상에서는 이 여성을 돕지 않은 주위 남성들을 비판하는 주장과, 남성이 모르는 여성을 선의로 도왔다가 나중에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행동이었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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