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건립할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2곳이 결정됐다. 최종 부지는 연내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후보지에서 탈락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균형발전에 위배되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접근성·전문경험 인력 등 위해” 서울 결정된 이건희 미술관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을 한 곳에서 전시하는 기증관 건립 계획 등을 담은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했다.문체부는 지난 4월 이 회장의 유족 측이 문화재와 미술품 총 2만3181점을 기증한 이후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 전담팀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운영해왔다.
위원회는 일단 2만3000여점에 달하는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한 곳에 소장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가칭 ‘이건희 기증관’을 걸립할 곳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가 최적이라는 의견을 문체부에 제안했다.
기증품 활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국립중앙박물관, 현대미술관과의 유기적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황 장관은 “위원회에서 총 10차례 논의를 거쳐 기증품 활용에 대한 주요 원칙을 정립하고 단계별 활용방안을 마련했다”면서 “분야와 시대를 넘나드는 조사·연구·전시·교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기증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 중 근대 미술품 등을 활용한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요구했고 지자체들이 유치 경쟁에 나섰지만, 위원회는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구분 짓지 않고 통합된 ‘뮤지엄’을 서울에 두기로 했다.

김영나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원칙은 연구와 보존 관리로 많은 종류의 기증품을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현대미술관의 경험과 인력이 필요하다”며 “또한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송현동이나 용산이 최적 장소”라고 설명했다.
황 장관은 서울에 건립하겠다는 결정이 기증자 철학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증자의 수집 철학을 바탕으로 기증품을 통합적으로 관리·조사·연구 시스템을 구축하고, 창의적이고 융·복합적 박물관·미술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면서 “국민의 문화적 향유, 이 가치를 가장 가운데 놨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접근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서울 뿐인가” 부산 대구 세종 강원 수원 등 지자체 반발
그러나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섰던 각 지자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화 분권과 균형발전 차원에서 공정한 공모 절차를 거쳐야 했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 유치에 대한 문화부 결정은 한마디로 한국의 관료 행정이 얼마나 서울 중심주의와 수도권 일극주의에 물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안”이라면서 “그 흔한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이 최소한 공모라도 해달라는 요구도 일거에 묵살한 일방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서울 집중화 현상이 심각한데 기준과 절차, 원칙도 없이 결정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차라리 다음 정권으로 미뤄 건립 지역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종시와 강원도, 인천시, 수원시 등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술관 유치 세종 범시민추진위 관계자는 “기존 국내 문화예술 시설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문화적 기회균등 차원에서도 아쉬운 결정”이라면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수도권 편향적인 결정을 내려 실망스럽다”고 강조했다.
최종 부지 올해 내 선정…오는 21일부터 ‘이건희 컬렉션’ 공개 전시
정부는 올해 안에 최종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종 건축 완공 시점은 빠르면 오는 2027년이 될 전망이다.중앙박물관 민병찬 관장은 건립 일정과 관련해 “기증품에 대한 조사와 설계, 건축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완공은 2027년이나 2028년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과 현대미술관에서는 오는 21일 ‘국가 기증 이건희 기증품 특별 공개전’을 동시 개막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지역과 국외 전시도 추진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층 서화실에서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1층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 명작’을 통해 주요 작품을 공개한다.
기증 1주년이 되는 내년 4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하나의 공간에서 기증 1주년 기념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때 리움과 지방박물관·미술관의 소장품도 함께 전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연 3회 이상 지역별 대표 박물관·미술관 순회 전시를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전국 13개 국립지방박물관, 권역별 공립박물관·미술관 및 이번에 별도로 기증받은 지방박물관과도 협력해 지역에서도 이건희 기증품을 충분히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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