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용전동에 사는 임 할아버지는 매일 새벽 5시면 인근 한남대로 향한다.
십수년째 계속되는 아침운동 때문이다. 손에는 물 한 병과 쓰레기를 담을 봉투가 들려있다.
운동복 차림의 임 할아버지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꼽고 한남대 오정못을 지나 대운동장을 한바퀴 돌며 걷기 운동에 열심이다.
그런데 70대 중반인 그가 운동 중간 중간 허리를 굽혀 쓰레기를 주워 담는다.
임 할아버지는 이를 ‘청소운동’이라고 칭한다.

임 할아버지가 아침운동을 청소운동으로 바꾼 지는 2년 남짓 지났다.
많은 주민이 한남대에서 운동을 즐긴다. 하지만 임 할아버지는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쓰레기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쓰레기를 주우며 운동하는 ‘청소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는 이제 운동하는 주민들 사이에 유명 인사다.

캠퍼스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할아버지가 나오실 때마다 쓰레기를 주우신다. 함께 운동하는 우리가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임 할아버지는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정년 퇴임했다. 퇴직 후 아침 운동을 시작하면서 한남대 캠퍼스의 멋진 풍경에 매료됐다.
임 할아버지는 “한남대 인근 주민은 대학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매일 운동할 수 있어 뭔가 보답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작은 도움이 되고 싶어 청소를 시작했다”고 했다.
한남대는 임 할아버지에 대한 소문을 듣고 감사한 생각에 총장 표창을 드리려고 했다. 하지만 임 할아버지는 극구 사양하면서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청소 후 깨끗해진 캠퍼스를 보면서 뿌듯해지는 마음 만으로 보상은 충분하다”고 할아버지는 웃었다.
한남대는 지난해부터 캠퍼스를 지역 주민에게 개방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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