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게 살기, 밖에서 살기, 동선 늘려 살기’를 주창해온 건축가 이일훈씨(건축연구소 후리 대표)가 지난 2일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67세.
1954년생(호적상 56년생)인 고인은 78년 한양대 건축과를 졸업한 뒤 84년 건축잡지 ‘꾸밈’을 통해 건축 평론가로 등단했다. 김중업 건축연구소 디자인팀장을 거쳐 자신의 사무실을 열었다. 경기대 건축전문대학 대우교수를 지냈다.
그는 98년 인천 동구 만석동 달동네에 저예산으로 만든 지상 3층, 연면적 45평의 ‘기찻길 옆 공부방’으로 건축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당을 둘러싼 회랑을 집어넣은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밝맑도서관’, 재활용 포장으로 울퉁불퉁한 땅바닥과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분자로를 담은 경기 가평군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청년사 등 출판사 사옥,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의 ‘자비의 침묵 수도원’ 등 다수의 종교 건축물을 설계했다.
경향신문에 ‘이일훈의 사물과 사람 사이’ 등 칼럼을 연재했다. 환경산문집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2011, 사문난적), ‘뒷산이 하하하’(2011, 하늘아래), 건축산문집 ‘모형 속을 걷다’(2005, 솔), 건축백서 ‘불편을 위하여’(2008, 키와채) 등을 펴냈다.
건축주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경기도 남양주에 지은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낡은 책으로 채운 거친 돌집)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제가 살고 싶은 집은’(2012, 서해문집)을 썼다.
고인의 사위 김형규씨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간하지 못한 아버님의 마지막 원고에 이런 문장이 두 번 반복돼 쓰여 있었다”고 소개했다. ‘평생 건축하고 살면서 깨달은 것이 있으니, 뜻이 있는 곳에 돈이 없고, 소신이 있으면 외롭다.’
빈소는 고려대 구로병원 장례식장 203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5일 오전 4시30분.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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