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가상세계에서도 뉴스 보겠죠, 저널리즘만 지킨다면!”

“지난 30년 동안 미디어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앞으로 30년간은 그보다 더 많은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봅니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AI(인공지능), 블록체인,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같은 테크놀로지를 뉴스에 접목시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고, 독자들이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 뉴스를 오감으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1988년 창간한 국민일보는 24일 지령 1만호를 돌파했다. 국민일보가 2만번째 신문을 내놓을 30여년 뒤 2050년대의 언론은 어떤 모습일까. 그 시대에는 무엇이 뉴스로 가치를 인정받고, 독자들은 어떻게 뉴스를 받아들이고 소비하게 될까. 수많은 혁신 매체들이 명멸하는 미국에서 뉴미디어를 연구하는 강석 텍사스대학교(샌안토니오) 커뮤니케이션학 교수가 이 같은 궁금증에 답했다. ‘파격적인 혁신: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제4의 물결’ ‘VR시대의 저널리즘’ 등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한 강 교수는 재미한인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텍사스대의 디지털 이니셔티브 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인터뷰는 이메일과 화상으로 진행했다.

-30여년 뒤 국민일보 2만호에는 어떤 뉴스가 담기게 될까요?

“2050년대에는 현재 진행 중인 변화들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시대가 되고, 언론사들은 그와 관련된 뉴스를 다룰 겁니다. 예컨대 사람이 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로봇과 시스템이 대신하게 되면서 지금의 AI가 인공 일반 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확장될 겁니다. 기후변화, 온실가스 등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각종 변이 바이러스에 관한 뉴스를 접할 수도 있겠죠. 국제분쟁, 사회갈등, 자율주행, 무인자동차 등이 주요 뉴스가 되지 않을까요.”

-‘무엇이 뉴스인가’에 대한 개념이 달라질 수도 있을까요?

“시대가 바뀌어도 가치 있는 새로운 사실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뉴스의 개념과 가치는 변하지 않았지만, 뉴스를 전달하고 소비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진화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러리라 봅니다. 뉴스는 일방향 전달에서 쌍방향으로 진화하고, 맞춤형 이동형 참여형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다가오는 30년은 경험 뉴스(experiential news)가 일반화되리라 예상합니다.”


-읽고 보는 뉴스에서 경험하는 뉴스가 된다는 건가요?

“미디어 환경은 비디오, 오디오, AI, VR, AR로 여러 감각을 동원한 독자 중심의 뉴스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국의 코로나 확진 현황을 반응형 그래픽으로 정리한다고 해보죠. 독자가 그래프에 마우스를 대면 그래프가 움직이거나 나라별로 숫자가 나타나고, 클릭을 하면 관련 비디오가 뜹니다. 종이신문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기사와 관련된 그림이나 풍경에 신문사 앱을 비추는 겁니다. 그럼 모바일 기기 화면에 AR로 그림이 나타나면서 360도 또는 내부를 입체적으로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스마트 안경도 그렇죠. 독자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겁니다.”

-VR과 AR은 기대만큼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는데요.

“디지털 언론사 쿼츠는 AR앱으로 성공을 거뒀고,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영국의 가디언 같은 주요 언론사들도 VR, AR을 이용한 뉴스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VR과 AR은 독자에게 만족감과 현장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합니다. VR을 뉴스에 활용했을 때 독자가 콘텐츠에 몰입하는 데 효과가 있었고, VR을 보지 않은 집단에 비해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VR, AR, MR(혼합현실)이 전체적인 가상공간에 적용되면서 메타버스가 탄생했고요.”

-메타버스와 뉴스는 어떻게 접목될까요?

“국민일보 독자인 A씨가 메타버스에서 국민일보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겁니다. A씨가 평소에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걸 파악하고 있는 국민일보 AI는 그에게 건강식이나 운동법 같은 비디오 뉴스와 텍스트 기사를 선별해줄 거고요. A씨는 AI 가상로봇과 대화를 통해 건강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도 있겠죠.”


-메타버스가 최근 가장 주목받는 IT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만, 지금의 유튜브나 페이스북처럼 강력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 보시나요.

“관건은 단 하나라고 봅니다. 지금 우리가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고, 핸드폰에서 앱을 터치하는 것처럼 용이성과 접근성을 확보해야 된다는 거죠. 그 부분이 극복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CNN은 벌써 자기만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NFT로 기사와 비디오 클립을 판매하기로 결정했어요. 블록체인 회사와 기술적인 논의를 거쳐서 다음 달이면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뉴스 채널은 앞으로 더 다변화될 텐데요, 30년 뒤에도 종이신문이 존재할까요?

“디지털 신문 유료 구독이 일반화되지만 종이신문은 사라지지 않고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할 겁니다. 미국은 현재 언론사의 70% 이상이 디지털 유료 구독 모델을 운영 중이고, 2027년에는 유료 구독 수익이 광고 수익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심층 분석 기사나 장문의 기사를 종이신문 주말판으로 만들어 성공을 거두고 있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인포그래픽과 심층 취재를 종이신문에 싣고 있습니다.”

-뉴스를 참여형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된다고 하셨는데, 독자와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의미겠죠?

“존 패브릭 럿거스대 교수는 미래의 언론은 경험 뉴스를 제공하면서 독자와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 지금은 독자가 댓글을 다는 정도의 참여이지만 언론인들과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소통하게 되고 뉴스룸 미팅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쿼츠, 네덜란드의 데 코레스판던트 같은 언론사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독자들은 언론사와 공동작업을 통해 뉴스를 생산하는 프로슈머(생산소비자)가 될 것입니다. 언론사는 독자와의 연결을 계속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언론에 대한 불신과 저평가도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AI가 에디터를 대신하는 중국의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를 보면 뉴스에서 AI의 역할은 어디까지 가능할지 궁금해집니다.

“LA타임스는 AI가 사건사고 기사를 맡고 있고, 특히 범죄와 관련한 데이터를 축적해 패턴을 분석하기도 합니다. 스웨덴의 미트미디어는 지역 부동산 거래를 기사로 작성할 때 AI가 구글 위성 사진, 가격, 위치, 매매 시점 등의 데이터를 종합해 기사를 작성합니다. 아울러 AI가 디지털과 종이신문의 구성과 배치를 담당합니다. 디지털의 경우 그날의 주요 뉴스와 독자의 관심사를 혼합하고, 종이신문의 경우에도 알고리즘 분석으로 가치가 높은 기사를 좋은 위치에 올리는 작업을 합니다. 미래의 저널리즘은 테크놀로지와 저널리스트가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발전할 것입니다. AI는 뉴스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도우미가 될 것이고요.”


-소셜미디어가 가짜뉴스 유통의 통로가 되고 의견의 양극화를 강화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주요한 뉴스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될까요?

“미래에는 뉴스 생산자도 소비자도 더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소셜미디어가 전달하는 뉴스의 위력은 더 커질 거고요. 그만큼 가짜뉴스와 검증되지 않는 뉴스, 오보 또한 더 범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확산은 오히려 진실의 저널리즘, 참된 저널리즘을 찾는 노력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올바른 진단과 방향제시를 할 수 있는 전통을 지닌 언론사와 기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각광받는 블록체인은 어떻습니까. 블록체인도 뉴스와 결합하게 될까요?

“블록체인을 언론산업에 적용한다면 ‘스마트 재산’ 거래가 가능합니다. 예술가의 원본 작품을 거래하는 NFT 시장이 생겼듯이, 앞서 언급한 CNN처럼 언론사의 단독보도나 기획취재, 비디오 뉴스, 칼럼도 저작권이 있으므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기사를 구매할 때 가상화폐로 결제하는 거죠. 독자들이 국민일보를 볼 때 블록체인을 통해 뉴스를 구매하고 경험하는 시대를 예상해 봅니다.”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로 주목받았던 ‘시빌’은 지난해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빌 미디어는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가상화폐로 모든 거래와 소통을 할 것을 모토로 내걸고 시작했지만 아직 성숙할 시간이 필요한 블록체인에 너무 일찍 올인했습니다. 싱가포르의 하트 미디어 그룹은 언론사가 블록체인을 이용해 성공한 사례인데, 자체 개발한 가상화폐로만 거래가 가능한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 명품 쇼핑과 고가의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착될 때까지는 이렇게 언론사의 부가서비스 형태로 접근하는 게 안전할 겁니다.”


-눈여겨보는 혁신 매체는 어떤 것인가요? 역시 ‘최강자’ 뉴욕타임스인가요?

“물론 뉴욕타임스는 항상 변화하고 적응하는 혁신 매체입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저널리즘 형태는 ‘저널리스트 전문 뉴스레터 독립언론’입니다. 서브스택, 타이니 레터, 서브텍스트, 패트리온 등이 있습니다. 이 언론사들은 페이스북 같은 일종의 뉴스 중개 회사입니다. 전문성을 가진 저널리스트들과 그들의 글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만나는 장을 제공하는 거죠. 이제는 저널리스트 개개인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겁니다.”


-기자는 박학다식한 제너럴리스트가 아니라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뉴욕타임스의 마크 톰슨 전 CEO는 테크놀로지, 기후, 환경 같은 분야를 비롯해 기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합니다. 미래의 기자들은 전문성과 창의성, 기술성을 갖춰야 할 겁니다. 특히 기술성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NFT, 메타버스, 머신러닝, 반응형 그래픽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등장하고 언론에 어떤 변화가 생기더라도 국민일보가 끝까지 지켜야 할 저널리즘의 정신, 요체는 무엇일까요?

“양질(high-quality)의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이고 의미 있는 콘텐츠,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뉴스가 가장 확실한 생존전략이자 가장 강력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VR 비디오로 뉴스를 전달하고, 독자들이 AR로 사고 현장을 경험하며, AI가 맞춤형으로 뉴스 홈페이지를 디자인하는 시대가 돼도 ‘콘텐츠는 왕(Content is king)’이라는 근간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뉴욕타임스의 성공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술적 혁신을 위한 노력보다 좋은 글과 방향을 제시하는 저널리즘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그 어떤 첨단 테크놀로지로도 이룰 수 없는 것이 저널리스트의 펜의 힘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는 국민일보가 되시길 바랍니다.”

권혜숙 인터뷰 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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