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숨진 10대 고교생이 사고 20분 전 아버지와 통화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는 “아빠 사랑해”라고 통화한 게 마지막 인사였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숨진 고교생 김모군의 아버지 A씨는 10일 “‘아빠, 버스 탔어요. 집에서 만나, 사랑해’라고 통화한 게 마지막 인사였다”며 “애 엄마랑 나랑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고 뉴스1에 말했다. 이어 “이제는 머리를 쓰다듬지도 따뜻했던 손을 잡지도 못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너를 늘 사랑한다”면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A씨는 아들이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안방 침대에 누워있던 모습을 떠올리며 “‘침대 위 베개와 이불에는 엄마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때 환하게 웃던 아들의 모습이 눈가에 선하다”고 말하다가 눈물을 쏟기도 했다.
김군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는 9일 오후 4시22분쯤 학동 재개발사업 부지에서 발생했다. 이곳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하며 그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매몰됐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김군은 사고 당일 비대면 수업이었지만 동아리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늦둥이에 애교가 많았다는 그는 사고 20분 전인 오후 4시2분쯤 A씨에게 전화를 했다. 귀가하기 위해 버스에 탔으니 집에서 보자는 내용이었다.
김군 외에도 70대 여성 1명, 60대 여성 4명, 60대 남성 1명, 40대 여성 1명, 30대 여성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생존자 8명은 살아남았지만 일부가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순간순간 사고 당시의 충격이 떠올라 힘들어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중상으로 분류됐던 생존자 1명이 경상으로 재분류되는 등 일부 생존자들의 건강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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