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8일 밤 비공개로 만나 검찰이 강력 반발한 검찰청 조직개편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총장이 장관의 수사개시 승인 등에 대해 강경한 반대 의견을 표명한 직후 박 장관이 회동을 제안했다. 박 장관은 9일 출근길에 “견해차를 상당히 좁혔다”고 말했다.
총장의 반대부터 비공개 회동, 장관의 이견 해소 공언까지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지난 검사장급 인사 때부터 이러한 흐름은 반복되고 있다. 기존 법무부-대검찰청 관계에서는 볼 수 없던 빠른 이견 해소에 사전 교감 관측마저 제기될 정도다. 법조계는 결국 법 위반 지적까지 제기된 ‘장관 수사 승인’이 박 장관의 양보 형식으로 철회될 것이라고 본다.
박 장관과 김 총장은 4시간가량의 회동에서 심도 있는 의견을 주고받았고, 민생 피해를 막으려면 검찰 수사 공백이 없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상호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며 반대한 ‘장관 수사 승인’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원안대로 담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도 명문화할 생각까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 수사 승인’은 법무부에서도 문제라는 해석이 있었다. 검사가 단서와 혐의, 수사팀 규모 등을 법무부에 알려야 하는데 이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검사는 “예컨대 조국 장관을 수사할 때 검사가 법무부에 수사계획을 밝힐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검사도 ‘장관 수사 승인’에 대해 “옳고 그름의 문제일 뿐,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규정했다.
김 총장과 박 장관이 각각 처한 상황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 총장에게 ‘장관 수사 승인’은 총장의 존재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다. 한상대 전 총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추진하다 ‘검란’에 부딪혀 사퇴했다. 김준규 전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합의와 달리 경찰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식으로 통과되자 사퇴했다.
반면 박 장관으로서는 ‘장관 수사 승인’을 철회하더라도 변하는 것이 없으며, 오히려 검찰과의 관계를 원활히 이끈다는 호평을 얻는다고 법조인들은 평가한다. 지난 1년여간 계속된 장관 총장 갈등은 여권에도 부담이 돼왔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장관은 ‘대승적 수용’ 모양새를 취하면서 인사 등 다른 부분에서 실리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제들에서 장관과 총장의 이견 해소가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총장은 지난 3일 박 장관과의 검사장급 인사 협의 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회동 이튿날 인사가 이뤄진 직후엔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서로의 반응, 빠른 회동, 회동 후 나오는 말 모두가 과거에 비해 낯설다”고 말했다.
이경원 허경구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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