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초등학생 딸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남편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20대 친모가 법정에서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 심리로 3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친모 A씨(28) 변호인은 “학대와 방임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한다”며 “학대 치사는 될지언정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함께 기소된 A씨의 남편이자 숨진 아이의 계부인 B씨(27) 역시 지난달 4일 열린 첫 재판에서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성은 부인한 바 있다.
A씨는 올해 3월 구속기소 됐으나 임신한 상태여서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됐었다. 이후 지난 4월 초 출산 후 다시 구치소에 수용됐고 이날 법정에는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신생아를 안고 출석했다. 그는 법정에서 사건 당일인 지난 3월 2일 딸 C양(8)이 숨을 제대로 쉬지 않는 것을 알고도 그동안의 학대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제때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다만 딸이 숨진 날 찬물로 샤워를 시키거나 옷걸이로 때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그날 오후 2시30분쯤 퇴근해 집에 돌아온 뒤 화장실에 있는 C양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는 아이가 호흡과 맥박이 없는 것을 확인했으나 오후 8시57분에야 119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B씨는 기소된 이후 최근까지 각각 8차례와 5차례 반성문을 써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동안 법원에는 부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나 탄원서도 200건 넘게 도착했다. 이날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인천지법 앞을 찾아 집회를 열고 A씨 부부를 강력 처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A씨 부부는 인천시 중구 운남동 한 빌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 C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C양은 얼굴·팔·다리 등 몸 곳곳에 멍 자국이 난 채 사망했으며 영양 결핍이 의심될 정도로 야윈 상태였다. 몸무게는 또래보다 10㎏가량 적은 15㎏ 안팎으로 추정됐고 기저귀를 사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조사 결과 부모의 학대는 2018년 1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C양이 냉장고에서 족발을 꺼내 방으로 가져간 뒤 이불 속에서 몰래 먹고 뼈를 그냥 버렸다는 이유로 1시간 동안 양손을 들고 서 있게 했다. 이후 거짓말을 하고 대소변 실수를 했다며 주먹이나 옷걸이로 온몸을 때렸고 ‘엎드려뻗쳐’를 시키는 등 35차례나 학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8월부터는 C양에게 반찬 없이 맨밥만 주거나 하루나 이틀 동안 식사와 물을 전혀 주지 않기도 했다. 이 때문에 C양은 그해 12월부터 밥을 스스로 먹지 못하고 얼굴색도 변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다. C양이 사망하기 이틀 전에도 밥과 물을 전혀 주지 않은 A씨는 딸이 옷을 입은 채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속옷을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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