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군이 성추행 피해를 본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 부사관 사건을 국방부에 ‘단순 변사’로 최초 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방부에 따르면 충남 서산의 모 공군부대는 피해자인 A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이튿날인 지난달 23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영내에 발생한 자살 사건 조사 중’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보냈다.
보고에는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 “마지막 모습이 촬영된 휴대전화가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 이 중사가 두 달 전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이고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누락됐다.
이에 국방부는 A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동영상까지 남긴 이유가 무엇인지 추가 보고하라고 지시했지만, 공군은 1주일 동안 후속 보고를 하지 않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공군 수뇌부로부터 해당 사건을 처음 정식 보고받은 시점은 지난달 25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는 사망자가 A중사라는 사실이 보고에 포함됐다고 한다. 해당 공군부대의 사건 축소 및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공군 법무실에서 제출받은 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성추행 사건은 올해 3월 2일에 발생했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B중사는 보름 뒤인 3월 17일에 공군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B중사는 일부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고 차량에 동승해 운전을 하던 C하사는 “성추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는 등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증거인멸이 우려됐지만 군사경찰은 B중사를 조사하면서 휴대전화 확보조차 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언론에 사건이 보도된 지난달 31일에야 군검찰은 B중사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도 2주일이나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성추행 사실을 사건 이튿날인 3월 3일에 신고했지만 B중사는 3월 17일에야 공군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고 다른 부대로 전보됐다. 그 사이 피해자인 A중사는 사건 무마, 은폐 압력, 합의 종용 등 ‘2차 가해’를 받게 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피의자인 B중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B중사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올해 3월부터 두 달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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