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등학생의 학력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추정하지만, 공교육 내실화 미흡 및 사교육 대책 부재 등 전반적인 교육 정책 실패를 “코로나19 탓으로만 돌리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중3과 고2 2만11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2일 발표했다. 평가는 ‘우수’ ‘보통’ ‘기초’ ‘기초학력 미달’ 네 단계로 학생을 분류한다.
학력 저하 흐름은 수치로 확인된다. 중3 국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2019년 82.9%에서 지난해 75.4%로 7.5% 포인트 줄었다. 기초학력 미달자는 같은 기간 4.1%에서 6.4%로 증가했다. 영어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2019년에는 72.6%가 보통학력 이상이었는데 지난해는 63.9%로 쪼그라들었다. 기초학력 미달자는 3.3%에서 7.1%로 배 이상 증가했다.
고2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77.5%에서 69.8%로 줄었고, 기초학력 미달자는 4.0%에서 6.8%로 증가했다. 영어 기초학력 미달자는 3.6%에서 8.6%로 배 이상 증가했다. 교육부는 “학계 전문가 및 현장 교원의 의견 수렴 결과 코로나19에 따른 등교 축소 및 원격수업 전환에 대한 적응 어려움으로 충분한 학습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최근 추이를 보면 코로나19만을 원인으로 지목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일부 학생만 표집 측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2017년 이후 비교에서 확인된다. 고2 수학 보통학력 이상 비율을 보면 2017년 76.9%에서 2018년 70.4%로 떨어지고 2019년에 65.5%로 또다시 하락했다. 지난해는 2019년과 비교해 4.7% 포인트 하락했는데 과거보다 오히려 낙폭이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에 학력 저하가 더 심각했다는 말이다. 중3 수학도 2017년 68.4%, 2018년 62.3%, 2019년 61.3%, 2020년 57.7%로 하락세다. 2017년과 2018년 사이에 학력 저하가 더 두드러졌다.
지역 간 비교도 이를 뒷받침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등교수업이 적었던 대도시 학생들이 읍면 지역보다 학력은 적게 떨어졌다. 중3 국어 보통이상 학력 비율은 대도시의 경우 2019년 84.9%에서 2020년 78.8%로 6.1% 포인트 하락했다. 읍면 지역은 79.6%에서 68.5%로 무려 11.1% 포인트나 하락했다. 수학과 영어 모두 대도시보다 읍면 지역 학생들의 하락폭이 컸다. 코로나19가 학력을 끌어내렸다는 교육부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기초학력 저하가 이어졌다. 정부와 일부 교육감의 평가 경시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며 “국가차원의 기초학력 진단·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표집으로 전환한 학업성취도 평가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