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서 나왔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를 운영하는 김주원(27)씨 집에 지난해 2월 남성 두 명이 문을 두드렸다.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 소속 수사관 두 명이었다. 당시 육대전에는 주먹밥만 덩그러니 놓인 부대 급식 사진이 올라오면서 ‘군부대 부실 급식 사태’ 문제가 불거진 상태였다. 당시 국방부 수사관은 사전 방문 고지나 연락 없이 김씨를 찾아왔다고 한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국방부는 김씨 이메일로 구글 검색(구글링)을 해 주소 정보를 수집해 그를 찾아갔고, 이어 부실 급식 사진을 제보한 사람의 연락처를 물어봤던 것으로 30일 밝혀졌다. 해당 부대에 대한 제보 내용이 맞는지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는 이유였지만, 사실상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수사관들은 김씨가 공개한 이메일 주소로 과거 김씨가 운영하던 쇼핑몰 주소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 홍보 페이지에서 김씨 주소지를 파악해 해당 주소로 찾아갔다는 것이다. 사전에 방문 고지나 연락 없이 수사관이 찾아왔다는 사실에 김씨는 압박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제보자를 식별하려던 게 아니라 어느 부대인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군 관계자가 운영자를 만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방부 해명과 달리 당시 수사관들은 김씨에게 제보자 연락처를 묻는 등 사실상 제보자 식별에 나섰던 정황도 확인됐다.
김씨는 “수사관이 ‘어느 부대인지 특정해야 하니 제보자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육대전은 페이스북으로만 제보를 접수하는 채널이어서 제보자의 연락처나 신원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김씨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제보자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지만 불쑥 찾아온 국방부 수사관을 접하고선 “압박감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김씨는 신원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제보자 의사를 확인하고 수사관에게 문자 내용을 전달했다.
국방부는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부실 급식 부대를 찾아냈다. 제보자를 찾아내 해당 제보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부실 급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애초에 국방부가 부실 급식 문제 개선보다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기 호루라기재단 이사장은 “제보자를 찾아내려는 것 자체가 ‘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한다”면서 “국방부의 과잉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군대 조직의 폐쇄성을 감안한다면 국방부가 제보자를 찾아 나선다는 사실만으로도 위협과 불안감을 준다”고 했다.
이런 행위가 장병들의 문제제기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보자를 찾으려는 것 자체가 당사자뿐 아니라 잠재적 제보자까지도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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