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목격자가 촬영한 현장 사진과 관련해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아는 것 같은데 왜 그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단순 실족사이길 원하는 걸까”라고 심경을 전했다.
손씨는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혼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최근에 청원서를 낸 거 말고는 정민이의 SNS를 일일이 보고 있다. 참 많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살던 정민이…. 아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 아름다운 순간들이 단칼에 절단된 것이, 오늘의 사진만 봐도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아는 것 같은데 왜 그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단순 실족사이길 원하는 걸까. 증거가 없어서?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정말 모르겠다. 제가 인정에 이끌려 판단을 잘못하는 걸까”라고 한탄했다.
손씨가 언급한 ‘오늘의 사진’은 사고 당시 아들과 친구 A씨가 함께 있던 모습을 목격한 새 목격자 B씨가 찍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TV가 전날 공개한 사진에는 아들과 A씨가 실종 당일 새벽 2시쯤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손씨는 “목격자들은 누워 있는 정민이 옆에서 주머니를 뒤적이는 게 의심스러워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며 “A씨의 기존 진술을 허물어트리는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목격자 B씨는 “야구점퍼를 입으신 분(A씨)이 (정민씨를) 일으키려다가 정민씨가 다시 바닥에 풀썩 누웠으며 (A씨가)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멘 후 서성이다가 다시 정민씨 옆에 누웠다”고 연합뉴스TV에 말했다.
아버지 손씨는 BJ 감스트와 래퍼 사이먼 도미닉(쌈디)을 언급하기도 했다. 쌈디는 SNS를 통해 정민씨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했다. 손씨는 “정민이가 좋아하던 감스트께서 연락을 주셨더라. 시간 맞을 때 장지에서 같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정민이가 좋아하던 래퍼께서 진상규명을 요청해주셨더라. 감사하다. 정민이가 참 좋아했었는데”라고 전했다.
아들과 할머니가 주고받은 마지막 메시지도 공개했다. 손씨는 “제게 아내 말고 제일 가까운 위아래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인데 두 사람 모두 이제 곁에 없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11월 2일은 아들의 생일이었다. 정민이가 의사 선생님 되는 것 축하해주신다고 했는데 두 사람 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세상에 축복은 있는 걸까”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모두 6개 그룹, 11명의 목격자를 확보했다. 경찰은 앞서 정민씨와 친구를 봤다는 목격자 3명을 한강으로 데리고 가 현장 실사까지 벌인 바 있다. 지금까지 조사에 응한 목격자들의 진술에는 일부 공통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씨의 죽음과 관련해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3일 게재돼 이날 오전 42만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었다. 현재 해당 청원은 100명 이상의 사전동의가 있어야 공개되는 조건을 충족했는데, 현재 비공개 상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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