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내 영남과 ‘Young(영·젊은)남’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싸움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11일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에베레스트를 같이 등정을 해야 하는데 등반대장 역할이 있고, 등반대장을 따라서 같이 가야 할 사람도 있는 것 아니냐”며 등반대장은 거기도 가보고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고, 공격조는 공격조대로 체력 좋고 이런 사람이 해야 한다. 각각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치러야 하는 당대표를 맡기에는 경험 없는 초선 의원이나 청년 정치인이 맡기에는 버겁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개인의 정치적 성장을 위한 무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되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중간 산도 다녀보고 원정대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이라는 큰 전쟁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채 포부만 갖고 하겠다는 것은 국민이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주호영 선배께서는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르시면서 왜 더 험한 곳을, 어려운 곳을 지향하지 못하셨습니까”라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팔공산만 다니던 분들은 수락산과 북한산, 관악산 아래에서 치열하게 산에 도전하는 후배들 마음을 이해 못 한다”며 대구에서 5선을 한 주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주 의원은 이에 대해 “팔공산이 얼마나 크고 높은 산인데, 수락산이나 관악산보다 엄청 높고 큰 산”이라고 응수했다.
영남 중진과 청년 정치인의 공개적인 설전은 다음 달 전당대회를 앞둔 신경전으로 풀이된다.

앞서 초선 김웅 의원과 무소속 홍준표 의원 간의 설전도 있었다. 홍 의원은 전날 김 의원을 겨냥해 “특정 선배를 물고 늘어져 한번 올라와 보겠다는 것, 그것이 정치판에서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김 의원도 홍 의원을 정조준해 “선배님, 후배들에게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십시오”라며 “선배님의 말 한 마디가 우리 당의 이미지를 폭락시켰던 경험이 너무나도 생생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 복당 문제를 놓고 홍 의원 본인과 반대 목소리를 내온 김 의원 간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야권 선후배 간 기싸움이 당의 구심점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마감된 후 강력한 리더십을 토대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인물이 부재하면서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수평적 구조로 간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다음 달 전당대회를 통해 신임 당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는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 선거인단(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현행 경선 룰을 지지하는 중진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늘리자는 초선·청년 간의 물밑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초선들은 여론조사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자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진들은 현행 룰 유지를 주장하고, 초선들은 지난 4·7 보궐선거 경선룰을 근거로 여론조사 비율을 늘리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4·7 보궐선거 본경선에서 100% 여론조사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후보로 선출했고, 서울시장직을 10년 만에 찾아온 만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높여 민심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다만 경선 룰 수정이 당헌·당규 개정 사항인 만큼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우여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선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 개정하는 건 시일이 촉박해서 우리가 상당히 어려운 면이 있다”며 “당헌·당규 개정 부분은 선관위 권한이 아니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고, 전국위원회에서 확정 짓는 일이기에 우리들이 토의한 내용만 비대위에 전달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정하는 전당대회 날짜를 다음 달 11일로 확정했고, 후보 등록은 오는 22일에 받기로 결정했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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