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거짓 학폭”…온라인 여론전 나선 부모들

Է:2021-05-1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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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여론전 학습효과…마녀사냥·2차가해 위험 상존
“교사 지도, 학폭위 등 조정 가능한 일조차 여론화 걱정스러워”


지난 4월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 학교폭력 사건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부모들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A씨는 지난달 21일 국민청원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부산 해운대구 한 중학교에 다니는 14살 딸이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며, 가해 학생들을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촉법소년법 폐지를 촉구했다. 이에 바로 다음 날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측 부모들도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들은 A씨 주장을 반박하면서 오히려 A씨 글로 자신의 자녀들이 2차 가해를 받고 있다며 A씨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등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며, 부산 해운대경찰서에도 접수돼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양쪽은 각자의 주장을 국민 청원과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알리며 여론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명인 ‘학폭 미투’ 학습 효과…“법적 결과 영향 기대감도”

대표적 온라인 공론장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폭 사건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피해자 측이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식이었다면 최근엔 가해자 측도 공개적으로 반박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공개적 사실 다툼이 벌어지면서 양측 모두 신상 공개와 2차 피해, 명예훼손 등을 호소하며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올 초 체육계·연예계에 불어닥친 ‘학폭 미투’ 등을 겪으면서 사회가 인터넷 여론의 영향력을 경험하면서 얻어진 학습 효과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많은 동의를 얻은 국민청원 사안이 기사화되고,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이 사회적 처분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늘었다는 것이다. 또 국민청원 게시판과 같은 폭로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도 ‘학폭 갈등’이 온라인으로 번지는 데 일조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영·이다영(이상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는 최근 학교 폭력 전력이 드러나 무기한 출연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뉴시스

신준하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학가협) 사무국장은 1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언론 제보가 우선이었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차선책으로 청와대 청원을 선택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불거진 학폭 미투를 겪으면서 시민들이 여론의 힘을 믿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사무국장은 “법적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온라인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보는 것이다. 여론의 지지를 받고 나아가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겠다는 기대심리가 들어간 행동”이라며 “가해 측도 이런 현상에 편승하면서 국민청원에 양측이 동시에 글을 올리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민 청소년폭력예방단체(청예단) 상담본부 주임은 “학폭 미투 이후 청와대 청원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며 “온라인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려 대중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부는 서명운동, 청원 등 온라인상에 지지를 증빙자료로 활용해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쪽으로 기울기 쉬운 인터넷 여론, 2차 가해 조심해야”

학폭 관련 청원글은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고등학교 1학년생 아들이 동급생 2명으로부터 격투기 ‘스파링’을 가장한 폭행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다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많은 이의 공분을 일으켰고, 청원 한 달 만에 37만여명의 국민이 동참했다.

청원 답변자로 나선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번 사건처럼 가해자들의 가해 행위와 피해가 중대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소년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방안 등을 강조했다. 실제로 2시간40분 동안 피해자를 때렸던 이들은 중상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달 21일 소년법상 최고형을 구형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여론전의 특성상 허위와 과장이 포함될 수 있고, 자칫 ‘마녀사냥’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성민 청예단 주임은 “여론 활용의 부정적인 면도 있다. 인터넷 여론의 경우 어느 한쪽에 대한 일반적인 편 들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마녀사냥식으로 내몰리는 것이 불편하다는 견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신상털기 등이 진행되면서 자칫 가해자가 순식간에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 폭로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난 6일 서울의 한 중학교 배드민턴 동급생 간 학폭 사건이 부모들의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피해 학생 부모가 네이트판과 청와대 국민청원,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 등에 관련 내용을 올리며 가해 학생의 실명을 공개했다. 또 가해 부모가 지연과 학연을 믿고 기세등등한 태도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가해 학생 부모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상대방 어머니를 고소한 것이다.

교육청은 해당 학폭 건에 대해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 가해 학생에게 서면사과와 보복행위 금지, 봉사 10시간의 처분을 내렸다. 또 재심을 통해 출석정지 10일 처분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 가해 학생 측은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청와대 청원 등 여론전… 마지막 수단 돼야”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지도나 학폭위 등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는 현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폭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친한 사이에서도 욕 한 번, 사소한 문제 하나로 감정이 상해 관계가 틀어질 수 있는 만큼 사안을 깊고 신중하게 봐야 하는데 여론전은 그럴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지헌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명확하게 한쪽이 일방적인 가해자라고 하기도,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많다”며 “정말 질이 나쁜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제대로 된 처벌을 할 수 없는 경우인지 아니면 개인 감정이 들어가면서 사건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인지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폭 신고 이후 사과와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먼저이며, 청와대 청원 등 여론전은 가장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 사무국장은 “대부분 학폭 사안은 외부에 알릴 만큼 중하지 않다. 학폭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 퇴학이나 전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든 학폭 사안이 중범죄는 아니다”며 “가해자 측에서 먼저 사과하거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여론전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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