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49)가 8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의 간판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진행자로 출연했다.
A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방송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코미디쇼를 진행하게 됐다”는 독백으로 진행을 시작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성 장애의 일종으로,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대화를 원만히 이끌어나가지 못하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특정 관심 분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스크는 이날 “적어도 (방송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인정한 건 처음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3년 SNL을 진행한 코미디언 댄 애크로이드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적 있어 머스크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후 머스크는 일종의 ‘자학개그’를 이어갔다. 그는 “SNL 진행을 맡게 돼 영광이다. 정말이다”라면서 “뭔가 말을 하고 나면 한 번씩 ‘정말이다’고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내가 가끔 (트위터에) 이상한 게시글을 올린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그게 내 의식의 흐름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반대로 “지금껏 (트위터에서)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게 이 말만 해주고 싶다”면서 “나는 전기차를 재창조하고 사람을 우주선에 태워 화성에 보낸 사람이다”라며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도지코인의 강력한 지지자인 머스크의 이날 방송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도 주된 관심사였다. 머스크가 그동안 도지코인 관련 트윗으로 연거푸 가격 폭등을 이끈 것처럼 이날 방송에서도 도지코인에 힘을 실어줄 발언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머스크 자신이 이미 지난달 27일 “도지파더(Dogefather) SNL 5월 8일”이란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도 이런 기대에 불씨를 댕겼다.
실제 머스크는 이날 방송에 출연한 어머니 메이와 함께 꾸민 콩트에서 도지코인을 언급했다. 메이가 “어머니날 선물을 주다니 매우 기쁘구나. 도지코인은 아니겠지?”라고 말하자, 머스크는 “(도지코인) 맞아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SNL 출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날 오후 10시께 사상 최고치인 0.7383달러를 기록한 도지코인 가격은 이날 방송 중 약 0.53달러로 떨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일부 외신들은 머스크가 방송 중 도지코인이 ‘사기’(hustle)라고 말한 점을 주목했다.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머스크는 ‘도지코인이 뭐냐’는 질문에 “화폐의 미래다. 전통적인 화폐와 거래할 수 있는 암호화폐”라면서 ‘그래서 도지코인은 사기인가’라는 질문에 “맞다, 사기다”라며 농담처럼 답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9일 오전 6시 현재 도지코인 가격은 최고가 대비 약 35% 떨어진 0.4790달러다.
이날 방송은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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