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두절=소유권 포기” 펫미용실이 서명 받는 이유 [개st상식]

입력 : 2021-05-09 09:30/수정 : 2021-05-09 09:30
애견 미용사 A씨는 "미용실의 단골 고객이 개를 두고 1개월째 연락이 두절됐다"고 호소했다. 남겨진 개는 지금도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제보자 제공

인천 부평구의 애견 미용사 A씨는 지난달 가게 단골 B씨가 반려견을 맡긴 뒤 잠적하는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B씨는 “개가 자꾸만 짖어 돌보기 어렵다. 다른 주인을 찾아보고 있다”는 말을 종종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B씨는 외부 연락을 끊은 상태이며, 버려진 개는 미용실에서 1개월째 임시보호 중입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견주를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관으로부터 “현행법상 B씨 행위는 동물유기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고소장을 접수하지 못했죠. 동물보호법상 펫 미용실, 호텔 등 동물 위탁시설에 동물을 버리면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탓입니다.

위탁 빙자한 교묘한 유기…막을 방법이 없다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은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에 버려진 동물”로 국한됩니다. 이 조항 탓에 공공장소가 아닌 동물 위탁업체에 동물을 맡기고 잠적하는 행위는 동물 유기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견주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껏해야 이용료 연체로 분류되지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김슬기 변호사는 “견주가 나중에 나타나서 ‘유기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면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면서 “다른 명백한 유기 행위에 비해 처벌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펫 미용실과 호텔 주인들은 난감한 상황입니다. 위탁업체에 방치된 동물은 시보호소에서도 데려가기를 꺼립니다. 소유권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아 추후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연락 두절=소유권 포기” 각서 받는 현실

위탁을 빙자한 교묘한 유기가 빈번해지자 고육지책으로 동물 위탁업체들은 서약서를 받습니다. 주로 ‘연락이 3일 넘게 끊기면 동물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 ‘해당 동물은 유기동물로 신고돼 시보호소로 보내진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애견 미용실의 동물 포기각서 일부. '5일 이상 연락이 두절되면 동물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적혔다. SNS 캡쳐

애견 호텔의 동물 포기각서 일부. '3일 이상 연락되지 않을 시 견주가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SNS 캡쳐

김 변호사는 “반드시 공공장소에 버려야만 유기동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정확한 판단을 돕기 위해 관련 판례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펫 미용실과 호텔이 동물 유기현장으로 전락했다는 언론 보도는 벌써 수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법적 사각지대인 만큼 관련 법,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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