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조계종이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 측에 이 회장이 남긴 방대한 컬렉션 가운데 불교 관련 고미술품의 기증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조계종주지협의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건의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삼성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조계종 관계자는 25일 “지난 23일 삼성문화재단 측에 공문을 보내 불화, 불상, 탱화 등 불교 관련 미술품을 기증해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면 결국 수장고로 들어가게 된다”라며 “그러나 불교 미술품은 신앙의 대상인 만큼 불자들과 가장 가깝게 있는 게 좋다. 조계사 불교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사찰마다 있는 박물관으로 돌아왔으면 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적었다”라고 부연했다.
조계종 측은 공문을 보내면서 기증 희망 불교 미술품 목록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불교 관련 미술품은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만 해도 34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지정문화재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크게 늘어난다. 이 가운데 국보 ‘아미타여래 삼존도’나 보물로 지정된 고려시대 ‘수월관음도’는 국립중앙박물관도 확보하지 못한 귀한 유물로 평가된다. 조계종 측은 이 회장 개인 컬렉션은 아니지만, 불교계가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청해온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국보 ‘개태사 금동대탑’도 기증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컬렉션은 총 1만3000여점으로 시가감정총액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국 근·현대 미술품 및 서양 미술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일부 지방미술관에 기증하지만,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분산해 보내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 측은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인 30일에 앞서 대규모 컬렉션 기증을 포함한 역대급 사회 환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가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막판 ‘불교계 변수’가 생겨남에 따라 기증 방안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 스님들은 앞서 지난 12일 이 부회장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는데, 이는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한편 조계종은 삼성을 상대로 ‘현등사 사리’ ‘개태사 금동 대탑’ 등 불교 유물 반환 소송을 두 차례 벌인바 있다. 삼성 측은 법정 공방 끝에 모두 소유권을 인정 받았으나 ‘현등사 사리’는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돌려줬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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