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1위 기업인 NXP를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실화하면 자동차 반도체 시장을 포함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파운드리 신규 투자 등 50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를 조만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업체 인수를 꾸준히 타진해 왔으며 그중 NXP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지난 1월 삼성전자 최윤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3년 내에 의미 있는 규모의 인수합병(M&A)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미 상당히 논의가 진척된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NXP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인포테인먼트 분야에 장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AP ‘엑시노스 오토’를 직접 만들고 있고,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하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NXP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특히 NXP가 네덜란드 회사이지만 텍사스·애리조나주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투자 압박 등으로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경우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회사가 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삼았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시스템LSI), 위탁생산(파운드리), 이미지센서 등 전방위에서 관련 투자를 확대 중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로선 놓칠 수 없는 분야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폐쇄적인 자동차 시장 특성상 신규 사업자가 영역을 넓히긴 쉽지 않다”면서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게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NXP 인수대금은 약 550억 달러(61조4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가 성사된다면 삼성전자 M&A 중 역대 최대규모가 된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17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50조원 가량으로 예상되는 평택 P3 라인 투자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재무제표상 100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지만 동시에 현재 거론 중인 모든 곳에 투자할 만큼은 아니다. 우선순위에 따른 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로 큰 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문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이번주에 이 부회장 사면을 정부에 정식으로 건의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선 대형 M&A가 계속 이뤄졌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했고, AMD는 자일링스를 350억 달러에 사들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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