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엄청 내향적인 편인데 셋이 뭉치니 시너지가 생기더라고요.”
‘혜림’이라는 이름의 ‘림’에 ‘쌤(선생님)’을 붙인 ‘리미쌔미’. 리미쌔미는 세 명의 특수교사 ‘혜림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경기도 여주의 특수학급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만들어진 신기한 인연은 특수교사에 대해 알리는 유튜브 콘텐츠의 출발점이 됐다.
유튜브를 처음 제안했다는 현혜림(31)씨는 “특수교사가 일반교사보다 수가 적다 보니 정보를 공유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특수교사나 특수교사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채널이 됐으면 했다”고 밝혔다.
리미쌔미 채널에는 ‘장애 이해교육’ ‘성교육’ ‘세월호 추모 계기교육’ 등 특수교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그 밖에도 ‘특수학급 수업 중계’ ‘임용 특집’ 편엔 미래의 동료 교사가 될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혜림쌤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국민일보는 최근 똑 닮은 이름만큼이나 추구하는 가치나 교육관도 닮았다는 혜림쌤들을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군포의왕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 현혜림씨와 성남의 한 특수학교 교사 오혜림(30)씨, 용인 언동중 특수학급 교사 김혜림(32)씨가 그 주인공이다.
“1교시부터 7교시까지 하루 종일…고군분투 중”

코로나19로 일상이 달라진 건 특수교사와 특수교육 대상자도 마찬가지다. 어떤 지점에서는 비장애 학생과 일반교사보다 더 큰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학생들을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에게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특수교육 대상자를 어떻게 지도하고 있나.
현: “(지난 2월) 특수교육대상자들은 매일 등교를 원칙으로 한다는 공문이 나왔다. 비장애 학생들은 학년별로 돌아가면서 등교하는데, 특수학급 학생들은 매일 (학교에) 나온다. 그러다 보니 특수교사들이 거의 전일제로 일하며 통합반 수업을 듣는 (특수학급 학생들의) 원격수업도 돕고 있다.”
-학생들이 통합반에서 수업을 듣던 시간까지 특수학급에서 보내면 특수교사의 업무 과중이 심할 것 같다.
김: “작년과 비교해 업무 강도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수업에도 영향을 미쳐 고군분투 중이다. (특수학급) 한 교실 안에서 공간 분리 없이 한쪽은 통합반의 원격수업을 듣고, 다른 한쪽에서는 (특수교사가) 특수학급 수업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또 원격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중간중간에 오디오나 비디오에 문제가 있다고 (특수교사를) 호출하면 특수학급 수업을 중단하고 그 친구들을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 수업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
-이런 현장에 대한 교육청의 지원은 있나.
현: “학교 측에서는 교육청이 통일된 매뉴얼을 내달라 하고 교육청에서는 학교장 재량으로 융통성 있게 진행하라고 한다. 학교장 재량으로 일반 교과 선생님들이 장애 학생들을 한두 시간이라도 맡아주면 참 좋을 텐데, 말이 쉽지 실제로 논의되는 학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현장과 교육청 사이에 갭(간극)이 있는 것 같다.”
“비대면 시대…아이들 설 자리가 있을까”
-코로나19로 학생 지도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오: “특수교사들은 매 학기 모든 학생에 대해 ‘개별화 교육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작년에는 실제로 한 번도 못 본 학생들이나 1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못 본 학생들이 많아 (학생 특성을 파악하기 힘들어) 개별화 교육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학습 꾸러미나 학습 동영상으로 (학생의) 수행 정도를 파악해 겨우 계획을 세웠는데 여러모로 힘들었다.”

현: “특수교육의 핵심이 바로 ‘개별화 교육’이다. 특수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 교육의 목적, 내용, 학습방법을 다 다르게 해야 한다. 하지만 특수교사들이 맡은 학생 수가 비교적 적다 보니 학교에서는 (일반교사보다) 일을 더 주려는 경향이 있다. 특수교육의 개별화 교육에 대한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
-코로나19 방역에 신경이 쓰이지 않나.
오: “손소독제를 열심히 쓰고 있다. ‘칠판 당번’ ‘우유 당번’처럼 ‘환기 담당’을 새롭게 추가했다. 요즘은 반장보다도 환기 담당이 제일 바쁘다(웃음).”
김: “(아이들이) 아무래도 마스크 쓰는 것을 많이 답답해한다. 힘든 걸 알기에 안타깝지만 그래도 ‘무조건 껴야 한다’고 지도한다. 아이들이 함께 있다 보니 마스크를 잘 쓰는 친구 하나가 잘 못 끼는 친구한테 ‘너 껴야 한다~’라고 지도하기도 한다. 자기들끼리 모방과 사회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는 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수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궁금하다.
오: “실제로 줌(zoom)을 이용해서 원격수업을 진행해봤는데 생활지도나 사회적응 교육에 많은 한계를 느꼈다. 비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은 비대면 교육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특수교육은 접촉과 부딪힘 없이는 진행이 어렵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교육이 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비대면 교육까지 나아가는 건 더 어려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에도 비대면 수업은 계속 진행될 텐데 ‘우리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참 설 자리가 없겠구나. 특수교사 또한 설 자리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김: “비장애 학생들이나 장애 학생들의 교육 목표는 같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자립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원격수업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원격수업을 해야 하지만 장애 학생들은 각자의 특성이 있다 보니 시스템적인 지원이 부족하다. 지금은 온전히 특수교사가 부담을 안고 있는 실정인데, (특수교사들이) 수업에 있어서 (학생들의) 근본적인 배움을 먼저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

오: “요즘은 AI 로봇도 있다더라. 실제로 한 선생님은 카이스트에 가서 AI 로봇이 학생들 앞에 선 모습을 보고 오기도 했다. 현재로선 불가능하지만 그만큼 상황이 너무 어렵다는 뜻이다. 지금은 학습꾸러미, 동영상 콘텐츠 말고는 (비대면 학습에) 활용할 자료가 없는 게 현실이다.”
현: “교육청에서 근무하며 순회수업을 나가고 있는데 정말 특수교육에 쓸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 교육청에서도 개발해보려고 하지만 특수교사 몇 명의 인력으로 자료를 다 만들 순 없다. 특히 장애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앞으로 비대면 시대로 나아간다면 더욱더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자료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선생님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빛이 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선생님들) 각자가 갖고 있는 교육자료를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교사들과 지자체 등의) 공동체가 함께하면 좋겠다. ‘리미쌔미’ 유튜브도, 이 인터뷰도 그래서 진행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웃음).”
이주연 인턴기자
정인화 인턴기자
[코로나19 시기 특수교육을 묻다]
▶①“등교를 해도 문제, 안 해도…” 코로나에 적신호 켜진 특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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