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잘 못 본 건가. 뒤에 스텝인지 뭔지 네이비 니트 입은 남자가 윈깅(에스파 멤버 윈터)이 찍은 것 같은데?”
시작은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글 하나였다. 걸그룹 에스파의 화보를 촬영한 사진작가 고모씨가 멤버들을 불법 촬영했다는 주장이었다.
의혹 글은 삽시간에 번져갔다. 네티즌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글을 퍼 날랐다. 고씨에 대한 신상털기도 무분별하게 진행됐다.
고씨는 순식간에 몰카범으로 낙인찍혀 조리돌림을 당했다. 하지만 억울한 누명이었다. 에스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오해는 풀렸지만 고씨는 일부 팬들의 악성 댓글과 개인 신상 유출로 지금도 피해를 보고 있다. 결국, 고씨는 15일 SNS를 통해 불법 촬영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과 악플러들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네티즌 “수상한 행동”… SM 측 “사실무근”
지난 14일 에스파 멤버들이 화보 촬영을 진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영상 속 멤버 카리나와 윈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뒤에 나타난 한 남성 스태프가 수상한 행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스태프가 휴대전화로 카메라 앱을 켠 뒤 멤버들을 촬영했다는 의혹이었다.

해당 영상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네티즌들은 영상 속 남성이 불법 촬영을 했다고 단정하며 신상털이에 나섰다. 해당 남성은 당일 화보 촬영을 진행한 사진작가 고씨였다. 여성 전용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고씨는 불법촬영 범죄자’라는 낙인찍기에 나섰고, 일부 네티즌들은 고씨의 SNS에 악성 댓글을 남겼다.
논란이 커지자, SM엔터테인먼트가 수습에 나섰다. SM은 14일 “해당 영상에 등장한 분은 화보 촬영을 담당한 포토그래퍼로, 오해 살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면서 “윈터 역시 당시 즐겁게 화보 촬영에 임했고, 현장에서 불쾌하거나 오해할 상황은 없었다고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작가 “선처 없다” 강경 대응
고씨의 불법 촬영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기까지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고씨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은 해외까지 전파돼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외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고씨는 15일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선처해달라고 하지 말라”며 악플러들이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A씨는 “제가 올린 트윗 하나로 많은 질타를 받았을 작가님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다”라며 “따로 사과도 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했다. 이에 고씨는 ‘따라 사과도 드리는 오는 길입니다’ 부분에 빨간 줄로 밑줄을 치며 물음표 두 개를 남겼다. 따로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B씨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자신의 신상을 밝히며 “사실 확인도 안 하고 추측만으로 했던 제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실명을 밝힌 또 다른 네티즌 C씨도 DM을 통해 “회사 상사의 꾸짖음에 상처받고 눈물 흘리던 제 과거는 잊고 타인에게 상처 되는 말을 해서 죄송하다”고 썼다.
네티즌 D씨는 자필 사과문이 담긴 사진과 함께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않는 게 맞는 법인데 그걸 잊었던 거 같다. 죄송하다”고 글을 적었다.

고씨는 다음날인 16일에도 악플러가 보낸 사과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 속 네티즌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작가님의 실명을 거론하여 글을 작성함으로써 해당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오해의 요지를 제공한 점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 삼으신다면 반성하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고씨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악플을 단 네티즌을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밝혔다. 고씨는 악플러들이 보낸 사과문을 모두 올린 뒤 “이미 (고소장) 다 보냈습니다. 선처해달라고 메시지 보내지 마세요”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의 경우 형법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법)상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