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2023년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주에서도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오염수 방출이 현실화 되면 도민 건강은 물론 지하수, 수산업, 관광 등 환경을 매개로 한 제주지역 생존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일본 정부 관계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해양 방출이 결정됐다.
오염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주입한 냉각수와 원전 부지로 흘러든 물을 모아둔 것으로, 125만t이 넘는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걸러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고,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는 농도를 낮춰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오염수에는 암 등 각종 병을 유발하는 물질이 포함돼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방사성 물질은 꾸준히 소량을 내보내는 경우에도 사라지지 않아 해양 생물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희석하더라도 삼중수소의 총량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오염수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주 수산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도내 수산업 관계자들은 16일 제주시 노형동 주제주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수협, 어선주, 어촌계, 수산업 경영인, 수산정책 관련자 등 각계 어업인들은 오염수가 해양에 방출되면 수산물 소비 급감으로 제주지역 수산업계가 궤멸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제주 어업인들은 이미 지난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일본 원전 폭발과 오염수 유출로 수산물 소비 급감이라는 홍역을 겪었다. 당시 어선어업의 갈치·옥돔 등은 물론 넙치 등의 양식어종과 해녀어업의 전복·소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어업이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에 빠졌었다.
농업인들도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했다.
제주농업인단체협의회는 일본 정부가 방류를 결정한 다음날 즉각 성명을 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해조류를 이용한 친환경 비료나 폐화석을 이용한 토양계량제, 어분비료를 이용하는 제주 농민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제주 토양이 오염되면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에까지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농업인들이 죽을 힘을 다해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만행으로 제2의 생존 위기가 닥친다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아직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은 산업 각계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깊은 경기 수렁에 빠졌던 관광업계는 오염수 방출이 제주 관광에 새로운 타격 요인이 될까 걱정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아이들 먹거리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공조 체제 구축 계획을 밝혔다.
제주지역에서는 관련 집회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수산업계가 지속적인 규탄 시위를 예고했고, 도내 1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도 19일 주제주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방류 철회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
제주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일본 방사성물질 오염수 해양 방류 강행 전 제주의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빠른 감시와 즉각적 대응을 위한 제주 해양환경관측센터 구축과 일본 전역 수산물 수입 금지, 런던 협약 및 의정서를 근거로 한 국제재판소 소송 검토 등 단계별 대응 방안을 제주도에 제시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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