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시 한 초등학교가 학교폭력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늑장 대응 논란에 휩싸였다.
14일 목포의 한 초등학교와 피해학생 보호자 등에 따르면 이 학교 6학년인 A군(12)은 지난 8일 등교 직후 학교 복도에서 동급생인 B군(12)에게 얼굴 등을 심하게 폭행당했다. 돈을 가져오라는 B군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였다.
A군은 B군의 폭행으로 고막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안면부에 전치 3주에 해당하는 상해를 입었다.
그러나 학교 측 대응은 안일했다. 담임 교사는 A군 부모에게 “친구에게 맞아서 좀 다쳤다. 경위를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전화한 뒤 추후 상황을 알리지 않았으며, 상처 치료도 보건교사가 연고를 발라주는 게 전부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담임 교사의 연락을 기다렸던 A군의 부모는 아이의 다친 얼굴과 몸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A군은 다음 날 “학교에 가기 무섭다”고 호소해 결국 등교하지 않았다.
A군이 B군에게 괴롭힘과 폭행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이 즐기던 모바일 게임 ID를 빼앗아가 삭제하거나 넘어뜨려 허리를 다치게 해 학교에 나가지 못한 날도 있었다. 폭행당하기 전날 놀이터에서 만난 B군이 BB탄 총을 여러 차례 발사해 맞히고, 가방과 휴대전화를 빼앗아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아두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 측은 “가해학생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학폭위 결론이 날 때까지 강제로 분리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A군 부모는 “가해자는 버젓이 학교에 다니는데 피해자인 우리 아이만 왜 가해학생 때문에 학교를 가지 못해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학교 측은 “법이 그렇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결국 A군 부모는 학교폭력예방법에서 ‘학교 측은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된 즉시 가해·피해 학생을 분리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찾아 다시 항의했고, 학교 측은 학폭 발생 5일 만에 잘못을 인정하고 분리 조치를 이행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담당자가 규정을 잘못 해석해 분리 조치가 어렵다고 안내했다”며 “지금은 분리 조치를 통해 피해학생이 등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이날 교사 3명과 학부모 3명이 참여한 자체 전담기구 회의를 통해 이 사안을 전남도교육청에서 다루도록 결정했다. 다만 교내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만 다뤘을 뿐 과거의 상습적인 괴롭힘과 폭행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21일 학폭위를 열어 사건 경위와 B군에 대한 처분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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