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성적을 학과 단체 채팅방에 공지한 대학교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성적 역시 학생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설령 공개나 확인이 필요한 경우라도 익명 처리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14일 인권위는 학과 단체 채팅방에 학생들의 개인정보인 시험 성적을 공개적으로 알렸다는 진정에 대해 인권침해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대학 총장대행에게 유사한 사례의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9년 피진정인 대학교수 A씨는 진정인 B씨가 소속된 모 학과의 단체 채팅방에 자신이 가르친 과목의 성적 점수를 게재했다.
이에 B씨는 교수가 학생들의 성적을 단체 채팅방(카카오톡)에 공지했다며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이에 단체 채팅방에 올린 성적은 학생들의 학습 독려 차원에서 치른 시험의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채팅방에 업로드된 성적은 해당 과목의 최종 성적과 무관하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개인의 성적 점수는 다른 사람에게 공공연히 알려질 경우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일반적으로 성적 열람은 본인의 학업성취도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제3자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관리되는 개인정보”라고 했다.
학생들의 시험 성적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A씨가 학생들의 성적을 공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한 것이다.
인권위는 이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 처리자는 정보주체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해야 하고 개인정보의 가능한 경우에는 익명에 의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인권위는 “학생의 성적을 공개할 때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를 입력해 점수를 확인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다른 학생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방법으로 개별 성적을 공지할 수 있었음에도 A씨가 단톡방에 일방적으로 성적을 공개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된다는 의미다.
인권위는 “단체 채팅방에 진정인을 포함한 학생들의 이름 및 성적을 공개적으로 게재한 피진정인의 행위는 학생들의 학습에 필요한 안내라는 당초 목적을 넘어섰다”며 A씨의 행위가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노유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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