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징용 피해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들의 외면에 배상금 지급이 2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2018년 대법원이 내린 확정 판결을 이행하라며 피해자들이 강제집행 신청까지 냈지만 기업들이 각종 불복 절차를 밟으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 측은 다른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에서도 ‘한·일 청구권 협정’ 주장을 되풀이하며 배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은 이달 초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내 자산 압류명령에 불복해 낸 재항고를 기각했다. 미쓰비시가 지난해 말 압류명령에 즉시 항고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다시 불복해 절차를 밟았지만 이번에도 같은 판단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은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18년 11월 “피고는 원고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미쓰비시가 판결을 이행하지 않자 피해자들은 법원에 미쓰비시의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에 대한 압류명령을 내려달라고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고, 지난해 말 압류명령 효력이 발생함과 동시에 미쓰비시는 불복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법원이 재차 압류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김정희 변호사는 “법원에서 압류가 결정되고, 피해자들이 매각명령 신청까지 한 터라 법적으로는 법원이 언제든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압류명령에 대해 항고를 해도 압류의 효력은 정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쓰비시가 압류명령 결정문을 받아가지 않고, 법원 판단에 불복하는 등 시간을 끌면서 실제 배상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배상 소송의 또 다른 피고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도 같은 상황이다. 일본제철도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 진행 중인 한국 내 주식 압류 명령에 항고하는 등 불복 절차를 밟았다. 법원의 매각명령 사전절차인 심문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들 기업이 버티는 근거는 한·일 청구권 협정이다. 1965년 협정으로 배상 청구권이 소멸됐기 때문에 배상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에서 개인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은 해당 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이러한 변명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별도의 피해자들이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피고가 소송 서류를 받아보지 않아 지연되다가 지난 26일에야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4단독 박세영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들은 “법리적인 부분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리됐다”며 일본제철에 1인당 1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제철 측은 “원고들의 배상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소멸했다”며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주장을 반복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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