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의 늑장 대처로 환자가 사망하고, 병원 측이 의료기록 등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고소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대문경찰서는 24일 신촌세브란스병원 관계자들에게 허위진단서 작성 등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고소장에는 30대 초반의 남성 A씨가 지난해 12월 식당에서 쓰러져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뒤 약 9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았고, 대동맥 파열 등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병원 의무기록이 바뀌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6일 병원이 발급한 의료기록에 A씨의 사망 당일 수술 시점이 앞당겨져 있고, 집도의와 보조의의 이름과 진단명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A씨의 어머니 B씨가 1월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뒤 의무기록이 바뀌었다는 게 유족들의 입장이다.
B씨는 국민청원에서 “119구급차로 이송될 당시 구급대원의 진술과 구급활동 일지를 보면, 아들은 응급실로 가는 동안 혈색이 돌아오고, 의식을 잃지도 않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다”며 “하지만 응급실로 들어간 지 20분 만에 간호사가 밖으로 나와 아들이 피를 토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에게 즉각적인 조치를 수차례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우선이라고 했다”면서 “응급환자를 위해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30분 안으로 알 수 있는 진단키트가 도입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아들은 5시간이 지나서야 CT 검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 “검사 결과 피를 토하는 것은 흉부 대동맥이 파열되며 바로 옆에 있는 식도를 함께 뚫었기 때문이었다”면서 “이런 큰 증상이 있음에도 아들은 응급실 방문 7시간30분이 지나서야 첫 지혈조치를 받았다. 그동안 아들의 복부는 부풀어 오를 만큼 피로 찼다”고 했다.
B씨는 “다음 날 오전 8시30분쯤 의료진으로부터 복부에 찬 피로 인해 다발성 장기 손상이 발생해 환자를 살릴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병원 측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고자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