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끊이지 않는 박원순성추행 논란…싸늘한 여성계

Է:2021-03-21 17:42
:2021-03-21 23:21
ϱ
ũ

여성 문제, 정치적 수사로 활용 비판
여성계 “성평등메시지 신뢰 저하 우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권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대응을 놓고 여성계 반응이 싸늘하다. 박 전 시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임에도 여당이 진솔한 사죄를 하기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여성성을 활용하고, 야당도 이를 정쟁으로 몰고갈뿐 제도 개선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여성 문제를 정치적 무기로 삼는 이런 행태가 성평등 메시지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박 전 시장 피해자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양심이 있으면 피해호소인 3인방인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을 박 후보 캠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 후보가 “쫓아내라는 단어는 남성 우위의 가부장적 발언”이라며 “안 후보의 여성비하 발언으로 상당한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며 논란이 커졌다.

여성문제 전문가들은 우선 박 후보를 비판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21일 “강한 정치력을 보여준 박 후보가 불리한 순간에 ‘여자’라는 이름 뒤에 숨다니 황당하다”며 “20·30대 여성들은 박 후보가 여성성을 그렇게 활용하는 모습이 굉장히 기만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지율도 된서리를 맞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주간조사를 보면, 지난 2~5일 조사에서 34.1%로 상승세였던 민주당 여성 지지율은 지난 8~12일 조사에서는 31.7%로 추락했다. 여성 유권자들이 LH 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이라는 악재보다 박 전 시장 피해자를 대하는 여권의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영선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2019년 3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 후보는 2019년 3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병원 특혜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야당의 공세에 ‘여성 비하’로 맞섰다. 윤한홍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문회에서 서울대 병원에서 특혜 진료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박 후보는 병명이 언급된 것에 대해 “여성에 대한 모멸”이라고 반발했다. 특혜 진료 의혹이 성차별 논란으로 옮겨가며 여야 공방은 더욱 격화됐고, 결국 의혹에 대한 규명은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이번 논란에서 야당이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의 박 후보 캠프 사퇴에 ‘정략적 손절’이라고 비판하는 등 선거에 활용하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범죄 피해자를 다수 대리했던 한 변호사는 “민주당도 잘못했지만 보수야당도 이 사건을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최근 정치권의 행태 때문에 앞으로 권력형 성비위 사건이 터졌을 때 정치를 걷어내고 사건을 바라보기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여성학자들은 정치권이 성 문제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면 성평등 메시지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혐오‧비하 등의 단어가 이렇게 오용되면 정말 그 단어가 사용돼야 할 때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성별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만 소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젠더 이슈가 보다 생산적으로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