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지역구로 둔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2’ 제작진에게 극중 국회의원 역할인 이규진(봉태규 분)의 배지만이라도 바꿔 달라며 “사실성과 개연성 때문에 우리 사회의 정치 불신이 더 심화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19일 블로그에 게시한 공개 서한을 통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랄한 풍자의 수준을 지나 ‘조롱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 우연히 펜트하우스2를 보게 됐다”며 이규진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거짓으로 기절해 천막에서 진수성찬을 먹고, ‘기절했으니 단식을 끝내도 되겠다’며 좋아하고, 주식 정보를 미리 파악하지 못해 분노하고, 본인이 국회의원이 돼서 집값이 올랐다 자랑하는 장면이었다”면서 “현실 속 국회의원으로서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드라마는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면서 풍자의 효과를 더했는데, 특히 눈길이 갔던 것은 국회의원 배지였다”며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제가 가진 배지와 너무도 똑같았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작품이 현실을 반영한 것인데, 반대로 작품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진영논리에 따른 분열, 정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런 현상이 오래 이어질수록 사회는 건강함을 잃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규진의 배지만이라도 바꿔 달아달라. 사실성을 조금만 희석시켜서 시청자가 한 발짝이라도 떨어져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현실과 똑같지 않아도 드라마가 의도한 효과는 잘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정치가 국민을 만족시켜드리기는커녕,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맞다. 우리 정치권이 자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열심히, 깨끗하게 일하는 국회의원도 있다는 것을 국민께서 아실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겠다. 우리 정치가 하루빨리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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