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공포감 극복/흰곰 효과

Է:2021-03-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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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과 도전으로 해결해야


‘흰곰 효과’라는 말이 있다. 흰곰을 보고 놀란 사람에게 흰곰을 생각하지 말고 잊어버리라고 말하거나, 잊어버리려고 노력을 하면 ‘흰곰’에 대한 생각은 더 늘어나며 공포감도 늘어난다. 두려움의 대상은 피할수록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질 뿐이므로, 직면과 도전으로 해결해야 한다.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그런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중학교 3학년 남자인 K는 수학학원에서 기말고사 준비 중 가슴 답답해오며, 온몸이 떨리고, 식은 땀이 나는 공포 경험을 한 후에 공부를 전혀 할 수 없고, ‘고등학교에 가면 더 어려울 텐데 이대로는 살아갈 수 없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공부를 못하면 나는 아무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우울해 하며 식사도 못하고 잠도 잘 수 없어 무기력하게 지낸다. 책을 손에 잡을 수 없을뿐더러, 또 공부와 관련된 책을 눈으로 보기만 해도 몸이 떨리고 식은 땀이 나서 공부방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학원도 모두 못가는 상태에서 자신만 뒤쳐지는 느낌이 들어 ‘**학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불안하고 학원을 소개하는 ‘광고 전단지’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 땀이 난다고 하였다.

어려서도 엄마와 떨어지지 못해 어린이집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으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동안 힘들었다. 늘 걱정이 많고, 사소한 일에도 불안해 하는 편이었다. 불안하니 시험공부도 미리미리 하고, 그래서 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시험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이 나오니 ‘시험을 망칠 것 같고 시험을 못 보면 나는 끝장이다’라는 극단적인 생각에 이르면서 공포감이 극대화된 거다.

해결을 위해 먼저 K의 행동을 분석해 보자. 시험 기간 중 수학 문제를 풀다가 심각한 공포를 경험한 K는 조건 반응화 되어 ‘공부와 관련된 모든 자극’에 불안해진다. 이런 불안함을 피하기 위해 K는 회피라는 행동 기제를 선택한다. 이렇게 자극을 피하면 일시적으로는 불안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결과는 공부를 아예 할 수가 없어, 미래에 대해선 더욱 불안해져서 걱정을 점점 더 늘어난다.

해결의 첫 단계는 거다. 계획을 세워 불안의 대상에 ‘노출’하는 거다. 예를 들어 ‘**학원’ 이라는 말만 들어도 떨려오는 증상에 대해서는 ‘**학원’이라는 말을 다양한 억양과 엑센트를 주어 함께 소리 내어 떠들고 놀아보자. 처음에는 공포스러워 입 밖으로 발음조차 하기 어려워하지만, 그 단어에 대한 두려움이 차츰 줄어들고 불안에 따른 신체 반응도 소거되어 간다.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부를 외면하고 있다면 좋아하고 수월하게 느끼는 과목부터 아주 짧은 시간 목표를 정해 공부를 한 후 느끼는 작은 성취감을 느껴보도록 해보자. 공부를 안 하는 회피를 통해서는 일시적으로 불안 반응을 피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훨씬 더 큰 불안이 엄습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라면 동기가 부여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가장 두려워하는 수학 공부에 도전한다. 우선 문제집을 가져와 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것조차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격려가 필요하고 조력자가 필요하다. 문제집을 펴서 아주 반복해서 풀어 익숙한 문제들, 조금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제, 어렵게 느껴지는 문제를 단계별로 표시하게만 해보자.

걱정했던 거 보다는 익숙해서 자동으로 해법이 떠오르는 문제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조력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금 생각해서 풀 수 있는 문제에도 도전해보도록 격려한다. 노력해서 풀어낸다면 공포감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그 다음은 수월하게 진행된다.

무엇보다 ‘나는 공부를 못하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라는 자신의 내적 규칙에 도전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는 외적인 성취나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호분(연세누리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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