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극단이 살아남는 방법은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승전결이 탄탄한 웰메이드 연극과는 다른, 참신하고 다채로운 시도를 할 계획입니다. 올해 키워드는 ‘지금 여기’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문삼화 서울시극단 단장이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1 서울시극단 라인업 발표 및 정기 공연 ‘정의의 사람들’ 제작발표회’에서 올해 서울시극단의 목표와 방향을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문 단장의 첫 공식 행사다.
서울시극단은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관객을 만날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연극의 본질인 현장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문 단장은 “연극계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전 인류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여러 대책이 제시되지만 연극의 본질은 현장과의 소통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영상화 비용을 예산에 반영했다”며 “연습할 때도 영상으로 보여졌을 때의 여러 요소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극단은 정기 공연 ‘정의의 사람들’을 비롯해 올해 총 6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음 달 4월 23일 개막하는 ‘정의의 사람들’은 문 단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출작이다. 정의(正義)와 인간애 사이에서 고뇌하고 행동하는 젊은이들을 그린 알베르 카뮈의 원작을 현대의 시각으로 재창작했다. 문 단장은 “우리 극단의 색깔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이 작품은 ‘지금 당신의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원작 속 러시아 혁명부터 안중근 의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지금의 광화문 광장까지 정의를 외치는 수많은 사건으로 무대를 채운다. 작품을 재창작한 김민정 작가는 “정의는 하나로 정의(定義)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극장&청소년 프로젝트 ‘드리밍 팝’은 서울시극단이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극장을 벗어나 관객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참여하는 연극이다. 공연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새롭게 해석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탈극장에 적합한 스토리로 전개된다. 광장, 학교 등 어디든 무대가 될 수 있다. 문 단장은 “공간적 한계를 없애고 학교로 직접 찾아간다”며 “극장이 아니어도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기존의 ‘창작플랫폼’ 프로젝트는 올해 ‘시극단의 시선’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정비한다. ‘일의 기쁨과 슬픔’(10월)은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함께 소통하는 작품이다. ‘등장인물’(가제·11월)도 독특하다. 관객이 작품을 관람하는 일방적 방식이 아니라 각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사전에 여러 인물을 만나 인터뷰한 다양한 음성도 공연에 담길 예정이다.
정기 공연 ‘천만 개의 도시’(가제·9월)는 서울 시민 개개인이 모여 만들어 낸 모두의 서울을 보여줄 예정이다. 가족음악극 ‘한여름 밤의 꿈’(5월)은 서울시극단의 레퍼토리인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3탄이다. 2009년 시작한 시민연극교실도 문을 연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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