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일본 법원이 동성혼 불인정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삿포로지방법원은 이날 홋카이도의 동성 커플 세 쌍이 국가를 상대로 1명당 100만엔(약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동성혼 금지가 ‘모든 국민의 법 앞에 평등’을 규정한 헌법 14조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번 소송의 원고인 남성 커플 2쌍과 여성 커플 1쌍은 자신들의 혼인신고를 국가가 ‘부적법’으로 받아들이지 않자 2019년 2월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이나 호적법은 헌법 위반”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가 관련 입법을 게을리해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였다. 당시 전국에서 28명이 함께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5개 지방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데 사법판단이 나온 것은 삿포로지방법원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성적 지향은 개인의 의사로 선택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것”이라며 “동성커플이 혼인으로 발생하는 법적 효과의 일부조차 받지 못하는 점은 입법부 재량 범위를 넘은 차별”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국회가 즉각 위헌 상태를 인식하기는 쉽지 않았다.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상 혼인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혼인은 양성의 합의만으로 성립한다’는 헌법 24조를 들어 인정하지 않았다.
NHK방송에 다르면 원고들은 이날 판결 후 “꿈만 같다. 재판장이 차별이라고 말하자 눈물이 났다”면서 “이번 판결로 곧바로 동성혼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판결이 나왔으니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며 “이번 판결을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판결에 항소할 경우 최종 위헌 여부는 항소심을 거쳐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가려지게 된다. BBC방송에 따르면 현재 주요 7개국(G7) 중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일본 뿐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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