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념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코스피보다 높은 수익을 내며 ‘착한 투자가 성과도 착하다’는 인식을 키워가고 있다. 증시 활황에 따른 주식 직접 투자 유행으로 펀드 환매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ESG 펀드에는 오히려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17일 보고서에서 “액티브(공격투자형) 기준 ESG 주식형 펀드는 올해 4300억원의 설정액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세를 보였다”며 “녹색성장, 뉴딜까지 포함해 광의적으로 본다면 올해 설정액 증가 규모는 8000억원으로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ESG 관련 펀드 설정액 증가는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가 올해 1조2000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펀드 유형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배당주와 가치주 펀드 설정액은 1조8000억원 줄었다.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ESG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4%로 코스피 대비 0.9% 포인트 초과 수익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ESG 펀드는 2019년과 지난해에도 코스피보다 각각 0.3% 포인트, 0.8% 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코스피 수익률을 웃돈 것이다.
이 성적표는 과거 비슷한 개념의 투자였던 사회책임투자(SRI) 펀드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코스피보다 못한 수익률을 냈던 것과 사뭇 다르다. SRI 펀드는 2005~2007년 국내 주식형 펀드 열풍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다 2008년부터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면서 설정 규모가 바닥나다시피 했다. 번번이 실망을 안긴 탓에 ‘착한 기업’ 투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ESG 투자가 활기를 되찾은 건 2019년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공개하면서다. 이때부터 주요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투자를 다시 확대되면서 수익률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여전히 SRI와 ESG 명칭은 혼용돼서 쓰이고 둘 다 공익적 가치 추구에 중점을 두는,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ESG 투자에서 강조하는 점은 고객과 수익자의 투자 수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착하기만 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전망까지 밝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투자 목적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최근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등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ESG 투자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이 심각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구조를 친환경 기반으로 바꿔가는 중이고, 그동안 ESG 투자에 소홀했던 미국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친환경 투자 등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일본 중국 같은 경우 ESG 투자 및 정책이 활성화되면서 수익률이 좋아졌다”며 “한국의 ESG 투자는 해외와 비교해 기존까지 성과가 좋지 못했지만 ESG 투자 및 정책 활성화가 이제 시작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