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거의 매일 ‘엄정 대응’ 지시를 내리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까지 수용했음에도 성난 민심의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야당이 LH 사태 와중에 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까지 문제 삼자, 문 대통령이 전례가 없는 방식으로 반박한 것도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14일 LH 관련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일단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고 “투기 전모를 다 드러내라”고 지시한 이후 여론 향배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LH 사태 관련 내부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자리에서 LH 사태에 대한 추가 언급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여론이 들끓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LH) 관련 말씀을 하겠지만 사과 여부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매일 LH 관련 지시를 내리고, 변 장관 사의까지 수용한 상황에서 더 이상 야당의 정치 공세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LH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투기의혹 발본색원, 청와대 자체 조사 등 거의 매일 관련 지시를 내렸다. 여권 관계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 차원의 사과를 하고, 문 대통령이 변 장관 사의 수용을 한 것도 사태 수습을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다만 악화하는 여론은 진정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이라는 민생 핵심 문제에 검찰이 왜 직접 수사에 나서지 않느냐는 여론이 함께 엮이면서 민심이 폭발하고 있어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여러 제도 개혁 방안 등을 내놓았으니 여론 추이를 차분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H사태는 문 대통령의 사저에도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사저 농지의 형질 변경에 대해 야당이 문제 삼자 SNS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라며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라고 쓰기도 했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대응에 나서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직접 야당을 겨냥했다. 과거 한나라당이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비난했을 당시의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1만9000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이날까지 찬반 격론이 오갔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문 대통령 사저 규모와 투입 예산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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