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이 냉전시대 이후 처음으로 핵탄두 보유량을 늘릴 전망이다. 영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인 군축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리스 존슨 행정부가 오는 16일 외교국방 전략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180발로 돼 있는 보유 핵탄두 수 상한을 늘릴 예정이라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등이 핵전력을 늘리면서 영국의 안전이 위협 받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핵무기 보유량은 1970년대 후반 약 500개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옛 소련의 위협이 감소했다는 판단 아래 핵무기 보유량을 점차 감소해왔다.
영국은 2015년 당시 “2020년 중반까지 핵무기 비축량을 180개 이하로 줄이고, 운용 가능한 핵탄두 수는 120개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각각의 탄두는 100kt의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1kt은 TNT 화약 1000t의 폭발력에 해당한다. 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폭발력은 약 15kt이었다.
영국은 1950년대부터 자체 핵무기를 운용했지만 미국의 기술에 크게 의존해 오기도 했다. 영국은 노후화된 기존의 핵탄두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이 제안한 신형 잠수함 발사 핵탄두 ‘W93’ 개발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영국 비영리 정보기관 핵정보서비스(NIS)의 데이비드 컬렌은 “만약 이것(핵탄두 보유량 증가 계획)이 확인된다면 매우 도발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면서 “영국은 핵확산금지조약에 따라 법적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증거로 탄두 비축량을 줄인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 년 동안 핵단두 수를 줄여왔던 흐름을 깬다면 이는 190개 다른 회원국에 대한 배반”이라면서 “충격적인 신뢰 위반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국방부는 신형 탄두를 탑재하기 위해 원자력 잠수함인 드레드노트의 차세대 모델을 개발하는 데 300억 파운드(약 47조5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밝혔으나 핵탄두 가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국가 안보와 삶의 방식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위협을 막기 위해 독자적인 핵 억지력을 유지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탄두를 교체하고 4척의 드레드노트급 잠수함을 새로 건조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할 영국의 ‘주권 프로그램’이다. 16일에 발표될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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