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초 프로스포츠 전체를 뒤흔든 ‘학폭 미투’(나도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의 판세를 바꿔 놨다. ‘배구 여제’ 김연경을 영입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흥국생명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을 퇴출시킨 뒤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GS칼텍스에 정규리그 왕좌를 내줬다.
흥국생명은 지난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와 가진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대 3(18-25 15-25 16-25)으로 완패했다. 이 경기는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다. 최종 전적 19승 11패로 승점 56점을 누적하면서 2위로 완주했다.
오는 16일 KGC인삼공사와 최종전을 앞둔 1위 GS칼텍스의 승점은 58점이다. GS칼텍스는 2008-2009시즌 이후 12년 만에 리그 우승을 확정하고 챔피언 결정전으로 직행했다.
시즌 중반만 해도 분위기가 달랐다. 김연경을 해외에서 복귀시키고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까지 영입한 흥국생명의 올 시즌 전력은 최강으로 평가됐다. 흥국생명이 독주를 펼치는 틈에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까지 떠돌았다.
한때 팀 내분 조짐이 드러났고 외국인 선수의 부상으로 악재가 돌출했지만 흥국생명의 선두는 계속됐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폭 전력이 폭로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흥국생명은 그 이후로 8경기에서 단 2승만을 따냈다. 무기한 출전정지 조치된 이재영·다영의 공백을 백업 선수들로 채웠지만 힘이 부족했다. 이재영은 김연경의 입단 전부터 흥국생명의 주포로 활약했던 레프트다. 지난 시즌까지 세계무대에서 펄펄 날았던 김연경도 무너진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KGC인삼공사를 이겨야 우승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1·2세트를 내리 빼앗기면서 우승은 사실상 GS칼텍스 쪽으로 기울었다. 우승 불발을 직감한 박미희 감독은 김연경을 3세트부터 빼고 휴식을 부여했다. 김연경은 어두운 표정으로 앉은 웜업존에서도 동료들에게 말을 걸며 어두운 팀 분위기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흥국생명은 3위 IBK기업은행과 오는 20일부터 3전 2선승제로 플레이오프를 펼친다. 여기서 승자가 오는 26일부터 5전 3선승제로 GS칼텍스와 챔피언 결정전을 갖는다. 시즌 중 주전 2명을 잃은 데다 팀 분위기까지 침체된 흥국생명이 ‘봄 배구’에서 반전을 이뤄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GS칼텍스는 2007-2008시즌, 2013-2014시즌에 이어 통산 3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정규리그·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 도전은 처음이다.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은 14일 구단을 통해 “하나가 돼 노력한 모든 선수에게 감사하다. 포기하지 않는 팀 분위기와 서로를 믿은 선수의 조직력으로 끝까지 올 수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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