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80대 한국계 미국인 할머니를 상대로 ‘묻지마 폭행’이 일어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을 중대 혐오 범죄로 규정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뉴욕 화이트플레인스 경찰은 낸시 도(83)씨에게 침을 뱉고 주먹질을 한 혐의로 글렌모어 넴버드(40)를 지난 11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도씨는 지난 9일 오후 7시30분쯤 돈을 벌기 위해 노드스트롬 백화점 근처에서 공병과 캔을 수거하고 있었다. 그때 넴버드가 다가와 얼굴에 침을 뱉고, 코를 주먹으로 때렸다.
도씨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머리를 땅에 부딪혀 의식을 잃었다.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을 받아 의식을 찾았을 때 넴버드는 이미 도망간 상태였다.
할머니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침을 뱉어서 눈을 못 뜨고 있는데 주먹이 콱 왔다”며 “머리를 다쳐 피가 흘렀지만 치료비가 부담돼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넴버드는 지난 11일 경찰에 체포돼 65세 이상의 사람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넴버드는 노숙인이며, 최소 4차례 경찰에 붙잡혔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지방 검사인 미리암 로카는 인종차별 혐오 범죄 혐의점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로카는 “혐오 범죄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면서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혐오 범죄를 목격하면 신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WP는 이번 사건을 두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표적으로 삼은 폭력이 미국 전역에서 빈발하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중요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학 소속 연구소인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 범죄는 작년에 전년 대비 149%나 증가했다.
뉴욕시에서 보고된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 혐오 범죄는 작년 28건으로 2019년(3건)보다 크게 늘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인종 혐오 범죄가 약 7%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큰 폭으로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국민 연설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을 노린 악랄한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미국답지 않은 일이다.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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