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폭행 사건이 다시 부각되면서 논란을 빚었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이 결국 자진 사퇴한다.
이 감독은 12일 구단을 통해 “다시 한번 12년 전 본인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박철우 선수와 배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자숙의 시간을 갖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믿고 따른 선수들과 코치진에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출신 팀에서 잠시나마 감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지금처럼 KB배구단을 항상 사랑으로 응원하겠다. 배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도 했다.
KB손해보험은 이 감독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2020-2021 잔여 시즌은 코치 중심 체제로 운영하되 이경수 코치에게 임시 감독대행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이 감독은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2009년 9월 태릉선수촌에서 박철우(한국전력)를 구타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철우는 선수촌을 나와 상처를 입은 얼굴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감독은 당시 대한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을 맡았다. 대학 감독, 해설위원으로 일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KB손해보험의 지휘봉을 잡았다.
과거 폭행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 배구계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진 이후다. 이 감독은 지난달 17일 경기를 앞두고 “저는 (폭력) 경험자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려고 노력 중”이라며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금전적이든 명예든 뭔가는 빼앗아가지. 좋게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후 박철우는 “정말 ‘피꺼솟’이네…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남겼다. 이후 인터뷰에서 “이 감독 인터뷰 기사를 보고 종일 손이 떨렸다. KB손해보험 감독이 됐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힘들었고, 경기장에서 마주칠 때 마다 쉽지 않았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논란이 커지자 이 감독은 재차 사과의 뜻을 밝히고, 후배들에게 폭력은 잘못됐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한 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달 20일 잔여 경기 출장 포기 의사를 밝힌 후 결국 감독직에서도 스스로 물러났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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